2014년 4월 18일, 에베레스트 참사를 추모하며
4년 전 오늘인 2014년 4월 18일 아침 6시 45분, 에베레스트 산의 쿰부 빙폭에서 대규모 눈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눈사태로 인해 빙벽이 무너지면서 16명의 등반대원이 사망했는데요, 이날의 사고는 에베레스트산 등반 사상 최악의 참사라고 불립니다.
이처럼 히말라야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에 도전합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故 박영석 대장이나 故 고미영 대장 역시 히말라야에 자신의 꽃다운 생명을 묻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왜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는 걸까요.
최초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자신의 저서인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그저 산을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을 배제하고 파트너도 없이 산을 오르려고 생각할수록 나는 환상 속에서 나만의 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쩌면 궁극적인 고독의 끝까지 가서 그 고독을 넘어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pp.60~61
그가 쓴 《검은 고독 흰 고독》은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를 단독 등반한 여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체험 수기입니다. 메스너 역시 자신의 동생을 히말라야에 묻어야만 했는데요, 동생의 목숨을 앗아간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형의 마음은 어땠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 메스너는 셀파도, 장비도, 파트너도, 산소기구도 없이 낭가파르바트에 도전합니다. 지진으로 루트가 무너지고 탈진과 산소부족으로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죽음의 지대를 오르면서, 불안과 두려움,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절대 고독을 통해 재탄생하는 실존적 변화 과정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냅니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은 한 인간의 도전 정신과 내면의 고독을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그려내 산악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왜 그들은 산에 오를 수밖에 없는가' 여전히 궁금한 이들에게 《검은 고독 흰 고독》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