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0. 《은여우 길들이기》연재 예고
왜 여우는 개처럼 될 수 없을까?
아무런 준비 없이 완벽한 개 한 마리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이때 중요한 요소는 뭘까? 충성심과 영리함은 필수 요소다. 귀여운 외모와 몸짓도 빠져서는 안 되겠지. 다정한 눈동자, 당신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마구 흔들어대는, 동그랗게 말린 북슬북슬한 꼬리는 어떨까. '난 예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거, 당신도 알지?'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잡종견의 얼룩덜룩한 털에 우리는 폭 안겨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굳이 이런 개를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류드밀라 트루트(이 책의 공저자 가운데 한 사람)와 드미트리 벨랴예프가 이미 우리를 위해 만들어놓았으니까.
뭘? 완벽한 개를. 실은 개가 아니라 여우지만.
아무튼 잘 길들인 녀석이다. 그들은 이 길들인 동물을 빠른 시간 안에 ― 전혀 새로운 생물체를 탄생시키기에는 놀랍도록 빠른 시간 안에 ― 만들어냈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둔 시간은 6년이 채 안 되었는데, 우리 선조들이 늑대를 개로 길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하면 진화적 시간으로 눈 한번 깜박거리는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영하 40도라는, 보통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 시베리아에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에서 류드밀라와 그녀보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드미트리는 동물의 행동과 진화에 관해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실험들을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의 얼굴을 핥으며 심장을 녹일 만큼 귀엽고 순한 여우를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많은 글에서 여우 길들이기 실험을 소개했지만, 실험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자세하게 알린 글은 이 책이 처음이다. 사랑스러운 여우들, 과학자들, 여우를 돌본 사람들(실험에 대해 결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희생한 가난한 현지인들), 실험들, 정치적 음모, 거의 비극이라고 할 만한 사건과 정말 비극적인 사건, 러브 스토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 일 등, 모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_리 앨런 듀가킨
루이빌 대학 생물학 교수. 동물의 사회적 행동 진화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행동생태학자이다. 전 세계 100여 곳 이상의 대학에서 강연을 했고, 진화와 행동에 관한 150여 개 이상의 논문을 썼다. 주요 저서로는 《이타심 방정식》, 《제퍼슨 씨와 거대 무스》, 《동물행동의 원리》, 《동물들 간의 협력》 등이 있다.
지은이_류드밀라 트루트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세포학·유전학 연구소 소장이자 진화생물학 교수. 1959년부터 은여우 가축화 실험에 참여했고, 현재는 연구소 팀원들과 함께 은여우, 밍크, 수달, 회색쥐 등을 대상으로 가축화 초기에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를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_서민아
대학에서 경영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인간은 개를 모른다》, 《비트겐슈타인 회상록》, 《플랫랜드》,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고릴라 이스마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등이 있다.
|연재 일정|
01. 한 과학자의 비밀 실험 (08.01)
02. 불을 뿜는 용 (08.03)
03. 길들여진 여우 '푸신카'의 탄생 (08.06)
04. 개처럼 변한 여우 (08.08)
05. 인간과 여우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