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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Aug 07. 2018

길들여진 여우 '푸신카'

[미리보기] #3. 《은여우 길들이기》

새 여우 실험 농장 덕분에 드미트리와 류드밀라는 불과 몇 년 만에 대단히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류드밀라는 매일 시시각각 자세하게 여우들을 관찰하면서 이미 여우들과 맺은 강한 유대감이 더욱 끈끈해지는 걸 느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우들이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류드밀라와 작업자들뿐만 아니라 농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정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었다.  

류드밀라는 과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이 동물들이 점점 사랑스러워지고 있음을 느끼며 크게 놀랐다. 그리고 이 자체로 중요한 발견이며, 이 변화야말로 그토록 완벽하게 가축화되고, 그토록 끈끈하게 우리 인간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그토록 열정적으로 '그들의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들의 특성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달았다. 

류드밀라는 생각했다. 

연구의 속도를 달리하면 어떻게 될까? 
점점 사랑스러워지는 이 동물의 매력을 거부하지 않고 
이들의 감정적 표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탐구하는 데 몰두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침내 류드밀라는 벨랴예프에게 대담한 제안을 했다. 여우 농장의 모퉁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집이 있었다. 류드밀라는 이 집으로 이사해 엘리트 여우 한 마리와 생활하면서 얼마만큼 유대감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벨랴예프는 이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들어 즉시 그녀에게 이 집을 써도 된다고 허락했다.  

류드밀라는 자신의 노트와 데이터 차트를 꼼꼼히 살펴보며 엘리트 여우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지수와 행동에 관한 통합 정보를 평가하고,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 몇 마리를 선택했다. 그런 다음 이 여우들의 우리에 가서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새롭게 평가했다. 여러 날 동안 평가가 이루어진 후 류드밀라는 마침내 자신의 여우를 결정했다.  

길들여진 여우 '푸신카'의 탄생

이 여우의 이름은 쿠클라Kukla이며 러시아어로 '작은 인형'이라는 의미다. 쿠클라는 1년에 두 차례 가임기를 갖는(그러나 임신은 하지 않은) 소수의 길들인 암컷 여우 가운데 한 마리로, 어딘가 유독 끌리는 데가 있었다.  

류드밀라가 쿠클라의 우리에 다가가면 쿠클라는 갑자기 활발해져서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그야말로 순수한 기쁨의 소리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깩깩 질러대곤 했다. 한 가지 문제는 쿠클라가 다 자란 암컷 여우치고 몸집이 작다는 것이었다. 쿠클라는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 중 왜소한 편이었는데, 류드밀라는 튼튼한 동물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직감을 따랐고 쿠클라가 선택되었다.  

루드밀라 트루트와 여우 - 출처: 위키피디아


쿠클라의 짝은 쿠클라와 같은 세대의 길들인 여우로 이름은 토빅이었다. 쿠클라와 토빅은 무사히 짝짓기를 마치고 7주 뒤인 1973년 3월 19일에 네 마리의 건강한 새끼를 ― 수컷 두 마리와 암컷 두 마리 ― 낳았다. 새끼들이 완전히 눈을 뜨자마자 류드밀라는 그들을 보러갔다. 류드밀라는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새끼를 둘러싸고 모여서서 마치 자기 자식이나 손자를 대하듯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발견했다.  

류드밀라는 털이 뭉실뭉실 부푼 작고 경이로운 새끼 여우에게 곧장 마음이 끌렸다. 작업자들은 이 여우의 이름을 푸신카라고 지었는데 번역하면 '작은 털 뭉치'라는 뜻이다. 류드밀라는 이후 며칠에 걸쳐 줄곧 푸신카를 관찰하면서 푸신카가 인간의 관심을 간절히 바란다는 걸 알았다. 푸신카는 이미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류드밀라의 한집 식구로 제격인 것 같았다. 푸신카는 특별한 실험용 집에서 류드밀라와 함께 살게 될 터이므로, 작업자들은 이 경우에 한해 푸신카의 귀여움에 마음껏 항복해 푸신카와 얼마든지 즐겁게 놀아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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