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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Aug 10. 2018

인간과 여우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미리보기] #5. 《은여우 길들이기》


결국 여우 실험은 더욱 흥미로운 많은 사실들을 발견해낼 것이다. 

실험은 현재 약 60년 동안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60년이라는 기간은 생물학 실험에서는 억겁에 해당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불과하다. 실험이 100세대에 걸쳐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500세대까지 진행된다면? 여우가 길들여지고 인간과의 공생에 익숙해지는 데 한계가 있을까? 여우의 생김새는 개와 얼마나 더 유사해질까? 얼마나 더 영리해질까? 푸신카가 어둠 속에서 류드밀라에게 위험을 알리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짖었던 것처럼, 과연 여우는 인간의 믿음직한 보호자로 발달하게 될까? 

그리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드미트리 벨랴예프의 희망대로, 여우를 대상으로 하는 이 연구는 염색체 깊숙한 곳에서 인간의 조상을 비롯해 다른 모든 가축화된 동물의 공통 조상들을 어떻게 길들임의 여정에 이르게 할 수 있었는지 궁극적으로 설명해줄지 모른다.  

여우의 가축화에 관해 이미 확실하게 밝혀진 한 가지 사실은 여우들이 인간과 생활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동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류드밀라는 그녀의 여우들에게 이 같은 큰 희망을 품고 있다. 류드밀라의 말을 빌리면 여우들은 굉장히 '앙증맞고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악당'이 되었다.  


출처: Pixabay


애완동물로 입양되기 시작한 여우들


2010년, 류드밀라는 사람들에게 길들인 여우를 애완동물로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많은 여우들이 러시아, 서유럽, 북아메리카의 가정에 입양되어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때때로 주인들은 여우와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로 소식을 전해왔다. 류드밀라는 그런 편지를 읽을 때면 몹시 행복해져서 가끔씩 편지를 꺼내 반복해서 읽곤 했고, 여우들이 입양 간 가정에서 어떤 엉뚱한 장난을 치는지, 주인들이 여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읽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 미국인 부부는 유리와 스칼렛이라는 이름의 여우 두 마리를 입양했는데 그들이 최근에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둘 다 함께 잘 놀고 아주 사교적이에요. 
밖에 나가면 가능한 많은 것들을 보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답니다.



최근에 도착한 또 한 통의 편지는 아르시라는 여우에게 일어난 위기일발의 사건을 전한다. 



아르시한테 … 일주일 전쯤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녀석이 한 이틀 아무것도 먹질 않고 두어 차례 토하는 거예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혈액검사랑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지요. 
그랬더니 수의사가 고무로 만든 장난감에서 떨어져 나온 
V자 모양의 조각을 제거하지 뭐겠어요. 
제가 녀석한테 준 공에서 나온 거랍니다.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는 게 꼭 아이 한 명 키우는 것 같다니까요!

류드밀라에게는 모든 편지가 특별하지만 유독 한 통의 편지가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안녕, 류드밀라.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디스라는 이름의 여우를 입양한 주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디스는 대단한 녀석이에요 … 제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면서 제게 입 맞추는 걸 좋아하지요." 류드밀라는 이 편지를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입을 맞추다니, 얼마나 좋을까. 드미트리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A treatise on silver fox farming》 (1921)에 수록된 은여우 사진 - 출처: flicker


길들인 것에는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한다


2016년 83번째 생일을 맞은 류드밀라는 여전히 매일 여우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길들인 것에는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해"라는 여우의 현명한 조언은 류드밀라가 늘 기억하는 지침이다. 그녀의 꿈은 여우들을 위해 안전하고 사랑이 가득한 미래를 확립하는 것이다. 류드밀라는 말한다. 


이 여우들을 새로운 애완동물 종으로 등록하길 희망합니다. 
저는 언젠가 떠나겠지만 제 여우들은 영원히 살길 바랍니다.


가정에서 여우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류드밀라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류드밀라에게 쉽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쉬운 것이 중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요한 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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