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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Jan 16. 2020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없는가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의 유무'의 증명이 아니다

- '자유의지' 문제

: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없는가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철학적, 종교적, 신경과학적 논쟁의 주제이기도 하다. 


'있다'고 하면 있는 것과 관련된 증거나 주장들이 나오며, '없다'고 하면 또 그에 대한 증거나 주장이 나온다. 양측 모두 만만치 않다.


자유의지의 유무와 관련해서는 있다도, 없다도 궁극적인 답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있다, 없다' 이전에 '자유의지'라는 놈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자유의지'라는 개념 자체가 실제 존재하는 - 불교식으로 말하면 실체가 있는 것 혹은 자성이 있는 - 것이 아니라 '다만 허공 중에 만들어진 설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허공의 꽃. 혹은 토끼의 뿔.


물론 필요하고 유용한 부분에서는 자유의지의 있음과 없음을 따져서 적용하고 활용하면 된다. 하나의 예로, 범죄에 대해 징벌을 가할 때는 분명 행위자의 자유의지를 설정하고, 그를 기반으로 벌을 주어야 한다. 상도 마찬가지다. 


자유의지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굳이 따지지 않으면 된다.(이 경우의 흥미로운 사례는 여럿 있겠지만 여기선 더 말하지 않겠다).


/


그럼 자유의지 주제와 관련해서 그 활용과 효용성에 다른 뭔가는 없을까? 


아주 유용한 활용이 하나 있다.


자유의지와 관련된 어떤 철학적, 인문적, 신경학적 의문이나 질문 그리고 답을 구해보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한번 해 보라. 


바로 '자유의지가 있다, 없다'의 관점이 아니라, 아예 자유의지라는 '개념, 설정, 앎' 자체를 떠나서 보는 관점이다. 자유의지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접근할 때와는 뭔가 또 다른 느낌과 인식이 들 것이다.


지금 당장 이 글을 보면서도 할 수 있다. 해 보라. 


'인간에게, 나에게 자유의지가 있을까, 없을까'의 의문을 가져본 후, 곧바로 '자유의지라는 이 설정 자체를 떠나서 본다면?'을 하는 것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떤 경험이 되는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해 보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뭔가 모종의 느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느낌은 강한 경우, 약한 경우, 별 느낌 없는 경우로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해 보라. 구체적인 생각으로 인식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더라도 이 경험 자체, 느낌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자극과 변화의 의의가 있으므로.


/


왜 본래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의지'라는 그 틀, 그 앎을 절대시 해서 '그것이 있다, 없다'의 질문에 갇히는가. 


그 질문과 답의 과정 중에 물론 유용한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유용하다면 얼마든지 질문하고 답을 만들어 가면 된다. 다만 그것이 본래 있는 것인 양, 절대 사실이어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여지도 없는 것처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자유의지'라는 특정한 설정, 특정한 앎에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앎, 인간의 앎 자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임을 명심하라.

자유의지라는 주제보다도 이것이 더 핵심이다.


'나'라는 그 하나의 앎에 대해서도.


/


(* 주: 이 글은 '자유의지'에 대한 글이 아니다)

(* 주: 이 주제와 이 글에 대해선 여타의 이견, 주장, 논쟁을 나누지 않는다. 다만 전할 뿐이며, 다른 관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자기 관점을 유지하면 된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경우의 논쟁은 유용성이 없기 때문이다. 위 글을 통해 뭔가 자극과 느낌이 있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으며, 없다면 그 역시 그것으로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각자의 길은 각자가 알아서 가라. 물론 같은 방향으로의 더 깊은 탐구를 위한 질문은 언제나 환영이며 기꺼이 질문답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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