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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 미움

나는 소심합니다, 찌질합니다, 천박합니다, 비겁합니다.

'받아들임', 그 변화의 시작

by 무루 MuRu

"나는 찌질합니다.

나는 천박합니다.

나는 비겁합니다.

나는 소심합니다.

나는 간사합니다.

나는 신경질적입니다.

나는 미숙합니다.

나는 어리숙합니다.

나는 속이 좁습니다.

나는 의기소침합니다.

나는 과대망상적입니다.

나는 경솔합니다.

나는 관계에 약합니다.

나는 무식합니다."


썩 반갑진 않지만

나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인간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을

부정하거나 못 받아들이거나,

내게 이런 게 있다고 깜짝 놀라거나,
있는데 없는 척 할 게 아니라


본래 그러하므로

이 본래를 그냥 포착하고,

'내가 그렇구나'하고 인정하면 됩니다.


인정해도 아무 일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시원하게,

허심탄회하게 인정하면

이제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내가 간사함을, 찌질함을, 천박함을, 비겁함을

모르고 있으면 반복될 수 있지만

이제 내가 그러함을 알고 기꺼이 받아들이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무의식의 의식화'.


모르면 계속 반복됩니다.

자각하고 인식하면 바뀝니다.

이것이 '무의식의 의식화'.


하지만 그 변화가 목적은 아닙니다.

내가 꼭 변화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미 간사함을, 찌질함을, 천박함을, 비겁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급하게 바꾸고자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바꾸고자 해서 바뀌는 게 아닌,

인정함, 받아들임, 품어줌에 의해 생긴

그 넉넉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흐름이 있게 됩니다.


'바꾸고자 하는 바람'조차도

어떤 쫓김이나 스트레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넉넉함' 중에 하게 되는

자연스런 선택이 됩니다.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

여러 선택 중에 하나.


그러므로 바뀌지 않아도 여유가 있게 되며,

그 여유가 오히려 더 확연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안 바꿀 이유도 없으므로.




도대체 '찌질함' 등은 무엇이며,

그 반대 등은 또 무엇일까요?


둘 다 별 거 아닙니다.


이렇다고 해도 별 거 아니고,

그 반대로 저렇다고 해도 별 거 아닙니다.


나는, 너는, 우리 인간은

그 누구라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냥 존재의 모습들이고

삶의 자연스런 흐름들일 뿐입니다.


'찌질'할 것으로 치면,

나나 너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히 그렇습니다.


그러니 별 거 아닙니다.

별 거 아니니 바꿀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설정하고, 또 구분하고 있는

그 인간의 여러 특성들.

나와 너의 특성들.


모두 판타지입니다.


판타지이므로

나는, 너는, 우리는

'그럴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럴 수 없어~. 그러면 안 돼~. 다른 것이어야 해~'라고

할 필요 없습니다.


반대로 '~해야만 해. ~되어야만 해. ~이 정답이야'라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 판타지이므로.




'이미 그러하고,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는 것'


일단 이것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마음의 첫째 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는,


이미 그러하고,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지만

또한 동시에

굳이 '계속' 그럴 필요도 없는 것.


해도 되지만,

해도 된다고 해서 계속 그럴 건 또 없는.


굳이 안 할 것도 없지만,

동시에 굳이 할 것도 없는.


이런 가벼운 선택.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기에

하는 것을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기에

안 하는 것도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선택을,

필요와 적절함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반대로 끝까지 유지할 수도 있는.


'바꿈'과 '유지'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이므로.


그러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바꾸고 싶으면 얼마든지 바꾸세요.
유지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유지하세요.

둘 다 괜찮으니까.


그러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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