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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Feb 13. 2022

어떤 트라우마, 어떤 비전(소망)도 멈추고 편히 쉬기

기억의 정체: 과거라는 '지나간 절대적 사실' 따위는 없다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성 상처의 기억도,
현재와 미래에 이루고 싶은 어떤 비전(바람)도
모두 멈추고 편히 쉬기.

그 여여함의 바탕 위에서
이제 담담히 할 것을 하기.


/


지난 시간의 어떤 트라우마(상처)도

그것이 '지나가 사실' 따위가 아니라

다만 '뇌의 기억재생 기능'일 뿐임을 각성하기.


그것이 떠올르면

그것이 중요하거나 의미 있어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억재생 기능'에 의해 

'단지 해당 기억이 다시 반복재생되는 것에 불과함'을 눈치채기.


큰 상처, 큰 바람만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크고 작은 경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


다시,


과거 트라우마성 기억이 떠오르면

그것이 중요하거나 의미가 있어서 떠오르는 게 아니라

'단지 뇌의 기억재생 기능이 일어나는 것뿐'임을 각성하기.


마치 길에 걸린 어떤 광고 현수막이 내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보이듯

나의 뇌가 그 기억을 그냥 떠올리기에 떠오르는 것일 뿐임을.

'그냥 떠오름'일 뿐, 그 외에 다른 아무 의미도, 중요성도 없음을.


(뇌가 해당 기억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이유는, 

주로 부정적 경험을 재생해서 

현재와 미래에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하려는,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뇌의 진화생물학적 프로세스일 뿐임을)


이 각성을 통해

과거 트라우마(상처)가 안 떠올라야 내가 편안해지는 게 아니라

'떠올라도 상관없음'이 되는 것.


과거란, 과거 기억이란

'지나간 실' 따위가 아니라

그래서 '어떤 변화, 다른 가능성도 없는 절대적인 무엇' 따위가 아니라

'다만 내 뇌가 기능적으로 선택해서 떠올리는 하나의 상상'일뿐임을 각성하기.


뇌 신경망에서 '과거 기억'과 '상상'은 

같은 기제, 같은 현상.


/


'뇌는 부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여지없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인간의 뇌.


이에 더해 한 가지 더 말하면

'뇌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지 못한다'

뇌에게는 항상 지금(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서 자유로운)만이

있을 뿐. 


뇌가 자꾸 과거의 트라우라를 재기억하는 또 다른 이유는, 

뇌는 자신에게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도 '지금의 사건'으로 경험하기에

그 일을 경험하지 않으려 하고, 부정하려 하고, 회피하려 한다.

자연스러운 자기보호 기능이다.


그래서 트라우마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이 경험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이 경험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이 경험이 없었으면...

나는 이 경험을 부정할거야"

라고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뇌는 정상적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착오이며,

과거 해당 경험이 트라우마여서 트라우마가 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착오 반응 자체가 트라우마이고, 

그 경험을 트라우마로 만드는 것. 


이 부분을 통찰하기.


/


주의!


여기서 말하는 '지금여기'는 

인간의 시간, 공간 개념 안에서가 아니다.

그것을 넘어선, 만들어진 시공간의 설정을 넘어선 '지금여기'다.

(이 차이를 눈치채지 못한 지금여기는 

여전히 시공간의 개념에 갇힌 지금여기일 뿐)


뇌는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지 못한다. 

애초에 시간이란 없으므로.

시간이란 인간의 인식 기능이 만든 하나의 '설정'에 불과함으로.

뇌는 속지 않는다. 

그것들이 만들어진 설정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트라우마와 미래에 대한 바람은 

뇌의 상상 기능으로, 같은 현상이다.


/


과거 기억도, 미래에 대한 바람도

둘 다 뇌의 '상상'에 불과하다.

그 외의 의미와 중요성은 없다.


둘 모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유용하게 사용하되

아니면 그냥 상상으로, 본래대로 대접해 주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라고 해서 '지나간 절대적 사실'로 고정하지 말고

그냥 내 뇌 속의 하나의 '상상'으로 자각하기.


'미래의 소망'이라고 해서 역시 과하게 대접하지 말고

그냥 내 뇌 속의 하나의 '상상'으로 자각하기.


의미가 있거나 중요해서가 아니라

뇌의 내적 기제에 의해 

'그냥 떠오르는 것'일 뿐임을.


떠오르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어도

(결국은 불필요한 떠오름은 멈추게 되지만)

떠오른 후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대접해 줄 것인가는

내가 얼마든지 통찰하고 선택할 수 있음을.


필요한 건 이용하되, 아닌 건 개의치 않기.


/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품고, 

그리고 넘어선 자리에서


그것들을 잘 이용하되

그와 상관없이

항상 잘 존재하고 있음을,

잘 움직일 수 있음을

자각하기, 

각성하기, 

통찰하기.


그 여여함의 바탕 위에서

이제 모든 것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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