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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미와 왕국의 멸망

엽편소설

왕이 있었다. 왕은 인간의 의미를 알고자 했으며 신하들에게 인간의 의미를 찾으라 하였다. 먼 길을 떠났던 다섯 신하 중 두 명만이 무언가를 들고 돌아왔으며, 나머지 세 명 중에 두 명은 소식을 전해왔다. 한 명은 끝끝내 행방을 알지 못하였다.


맨 먼저 돌아온 신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들고 돌아왔다.


두 번째로 돌아온 신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였으며, 그녀와 함께 왕국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로 돌아온 신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신을 섬기는 종교에 귀의하였으며, 그 자신은 왕국에 돌아오지 않고 단지 그 종교의 경전만을 보내왔다.


네 번째 신하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으며, 그 소식을 알리는 서신만이 전해졌다.


다섯 번째 신하는 그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왕은 돌아온 네 신하 중 어느 신하가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는지 스스로 판단했다. 다이아몬드를 들고 온 신하와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한 신하는 인간의 세속적인 가치만을 중히 여기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 둘을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 가두었다. 종교와 죽음을 택한 두 신하의 답은 매우 뜻깊다고 생각했고, 왕 자신이 그 종교에 귀의하고 왕국 전체에 그 종교를 포교하였으며, 죽음을 택한 신하를 포함한 두 신하의 가족과 후손에게 커다란 명예와 포상을 내렸다. 죽음을 택한 신하의 동상이 왕국의 중앙광장에 세워졌고, 그 아래에는 “죽음 아래에서 인간의 의미를 깨달으라”라고 하는, 전해진 서신에 쓰인 글귀가 새겨졌다.



 거룩한 종교의 말씀을 성실히 수행하던 왕은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두 번째 신하의 그 아름다운 부인과 마주치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경전의 거룩한 말씀을 무시하고 그녀를 차지하였다. 감옥의 신하에게는 은밀히 독약이 들어간 수프가 내려졌다. 왕은 그 여인의 아래에서 점점 방탕해졌고, 경전의 말씀은 쓰레기가 되었다. 왕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으며 왕국은 계속해서 피폐해졌다.


 궁핍해진 왕국의 빚을 청산하고자 왕은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있는 신하의 다이아몬드를 빼앗았다. (역시 그 신하도 후에 은밀히 독살되었다.) 아름다운 보석의 광채에 넋을 잃은 왕은 빚을 갚기는커녕 백성들의 재산을 탐욕스럽게 빼앗는 미치광이 왕이 되었으며, 왕국의 법도는 땅에 떨어지고 백성의 울부짖음은 세상의 다른 왕국에까지 퍼져나갔다.


왕의 폭정을 참지 못한 백성은 반란을 일으켰다. 왕은 왕좌에서 끌어내려 져서 그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참수당하였으며, 왕실의 다이아몬드는 팔려나갔다. 반란을 지휘했던 우두머리가 새로운 왕으로 백성들에게 추대되었다. 그는 예전에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다섯 번째 신하였고, 이 새로운 왕은 전(前) 왕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시를 지었다. 그는 이 시를 과거에 현명하였으나 탐욕의 늪에 빠져 자신의 왕국까지 멸망시킬 정도로 어리석은 말년을 보낸 왕의 무덤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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