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기회에 다시 지원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제 문의하고 받았던 서류심사 탈락 확인 DM에 적혀있던 형식적인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지원했던 업무들 중 유일하게 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이머였지만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만약 또다시 나에게 이 업무에 지원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지원할까?
대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고, 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나는 왜 그런 확고한 대답을 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일의 형태가 어떠하든 지원을 한 사람들은 그 일의 대답을 기다린다.
지원자 한 명 한 명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개별 연락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언제까지 서류검토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 그 일정 공지 하나만 언급되어 있더라도 이렇게까지 가고 싶던 회사가 떨어져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돌아서진 않았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몰라도 세상에는 일방적인 우위로 굴러가는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회사가 채용에 지원한 지원자들을 심사하는 것처럼 지원자들 역시 자신을 심사하고 있는 회사를 평가한다.
너무 당연하다. 내가 다닐 회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회사는 그걸 아예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나의 경력들 중 하나는 인사, 노무였다.
채용 업무에서 제일 힘든 건 역시 불합격자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절대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회사가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의 한계로 불합격 통보를 할 때는 언제나 취업준비생으로 회사의 연락만을 기다리던 과거의 내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한계로 더 많은 인원을 모시지 못한 것과,
지원자에게 더 맞는 회사가 나타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는 몇 줄의 문장을 건네는 것뿐이었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그런 마음이어서, 나의 진심이어서 그렇게 불합격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심은 언제나 전달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의 문자를 받은 지원자 중 한 명에게 답장이 온 것이었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그동안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했던 시간들이 무쓸모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나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사실 내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갑과 을의 줄다리기를 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
나는 앞으로도 언제나 사람들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