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마음들 Oct 26. 2024

듣는 사람의 자세

다른 분들 말씀하실 때 굉장히 공감하며 들으시던데...


오랜만에 봤던 면접에서 나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경청과 공감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라 당황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두 번째 강점은 '공감'이다.

강점 검사에서 공감 키워드가 나왔을 때 나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나도 잘 알고 있던 나의 모습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내가 언제부터, 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기 시작했었지?

어떻게 대답을 했으면 좋았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거기까지 질문이 닿았다.


당신을 읽어야 문장이 나온다.

올해 4월 마음산책에서 진행했던 황석희 번역가님의 강연 제목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언제나 상대의 말도 행동도 나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성급한 번역은 오역을 낳고 오해를 만든다. 성급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본질이 다르기에 오역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발화자를 존중하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그렇기에 경청은 중요하다. 형태는 다르지 않지만 각자가 가진 언어의 체계는 외국어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니까 잘 듣고 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


이것이 내가 의도적으로 했던 노력이라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해나갔던 부분도 있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반응하는 것은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액션들) 상대로 하여금 이 공간과 사람들은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도 안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더 자세하게, 더 진솔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경청과 공감의 키워드로 질문을 던졌던 이날의 면접관님은 면접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적 없던 몇 가지를 더 물어보셨는데 모두 나의 이야기를 경청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질문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면접관에게 가지고 있는 느낌인 '네가 우리 회사에 적격 한 사람인지 아닌지 압박해서 판단할 거야!'가 아닌 면접관님이 면접 시작 전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야기는 흘러갔다. 치명적으로 대답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면접에 합격할리는 없었지만 면접에 붙고 떨어지고를 떠나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말 궁금해서 하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시간은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이전 12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