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존 수단으로 감각을 무의식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라서 언제나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좋은 느낌의 것들을 수집하는데 이번 맥파이앤타이거 신사쇼룸에서 진행한 인터뷰하는 법 북토크가 그랬다. 그렇다고 감각이 백퍼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서 (나의 감각은 오로지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판단하기에 틀린 판단을 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땐 그냥 똥 밟았다 고 생각하고 흘려보낸다.) 조금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그냥 신청해 버렸다. 안 그래도 빠듯하게 출발했는데 지하철을 반대로 타버리는 바람에 가는 내내 초조하고 불안했다.
티룸이어서 편안한 분위기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앉으니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신 작가님의 배려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냥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워크지를 작성하는 내내 펜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 내 이야기를 적어내려 갔다.
인터뷰에 대한 생각에는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도 인터뷰 같다는 걸로 나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정해진 답 없이 마주한 질문에 솔직하게 나를 돌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모든 순간들이 인터뷰 같았다. 좋은 인터뷰를 위해 상대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뾰족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진짜 이야기가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정말 좋았던 지난주 면접 인터뷰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를 평가하는 태도가 아닌 정말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서 하는 질문들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산되지 않은 솔직한 나를 드러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오역하지 않고 원래의 의도대로 나의 언어로 잘 번역할 수 있는 것. 그것들이 갖춰지면 좋은 인터뷰가 되는 게 아닐까.
나의 하루가 책이라면 오늘 나는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을까 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곧바로 나의 대답이 나왔다.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나의 단어들을 문장으로 완성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