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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뢰 Oct 02. 2024

괴산에 다녀왔어요.

수옥폭포. 밤에 가세요.

체육특기생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과 시간이 맞아서 가족들과 오랜만에 바람을 쐬러 갔습니다.

목적지는 괴산. 처음 가 보는 곳이었어요. 



이렇다할 정보도 없이 갑자기 결정된 곳이라 숙소도 잡지 않고 일단 출발하면서 검색을 했습니다.

다행히 5일장과 날짜가 맞아서 <그냥 치킨>에서 판매하는 닭다리(닭다리 5개 5000원)도 먹어보고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는 장연칼국수 집에서 칼국수와 김치만두도 먹었습니다. 


이후 관광지를 돌며 이것 저것 구경도 했죠. 

먼저 괴산호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합니다.



보이는 다리는 연하협구름다리입니다.

도대체 배를 왜 타야하는지, 배를 타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던 딸. ㅎㅎ

배를 타고 한바퀴 돈 다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고 하자 더 이해하지 못했던 딸. ㅋ

 "아무데도 안 가는 거야? 그런데 왜 타?"

엄마를 닮아 T 성향이 강한 딸은 목적 없는 이동을 납득 할 수 없나 봅니다.



다음은 충북 아쿠아리움. 입장료는 무료.



딸이 사진을 예쁘게 잘 찍었네요. 

아쿠아리움은 크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구경하는 맛이 있었어요. 

아들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아쿠아플라넷이나 코엑스 아쿠아리움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에요.

^^; 그 정도는 아닙니다. 


후에는 괴산농업역사박물관과 애한정을 둘러봅니다. 

우리는 아직 숙소도 잡지 못했고, 시간도 남았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폭포를 보러 갈까? 라는 생각에 수옥폭포를 검색하고 연풍면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이 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예정에도 없던 펜션에서 1박을 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괴산 읍내에서 가족실을 하나 잡아 대충 잘 생각이었거든요.)

여기까지 왔는데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싶다는 아들 덕에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괴산에 있는 마트에 들러 고기와 상추, 쌈장, 즉석밥을 샀습니다. 

아니..상추..너무 비쌌어요. 상추 한 봉에 6천원이 넘었습니다. 상추를 집는데 손이 부들부들...

수옥폭포 아래에 주차를 하고 일단 폭포를 보러 올라갔습니다.



천지연만큼 크고 길진 않았지만 그래도 멋집니다.

근처에 오니 시원했고 무엇보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없었어요. (여름에는 또 다르겠지만요.)

와- 폭포다. 시원한 물줄기와 청량한 바람. 물이 엄청 깨끗하진 않았지만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어요.

이렇게 폭포를 보고 아래로 내려와 근처 펜션에 전화를 하고 방을 하나 잡았습니다. 

짐을 풀고 고기를 구워먹고 쉬고 있는데 반상회에 다녀오신 펜션 사장님이 돌아오시더군요.

펜션에는 우리 가족 뿐이라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사장님과 함께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로 괴산군 이야기(사장님이 괴산을 너무 사랑하시더군요.), 사장님이 키우시는 작은 고양이, 직접 키우지는 않지만 어미가 영역을 물려주고 떠나버려 남게 된 새끼 고양이 세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눴죠. 


사장님이 수박도 짤라주셨어요. 심지도 않았는데 텃밭에서 어느 날 수박이 자라기 시작했다면서(사장님은 요술쟁이) 작은 수박을 잘려주셔서 아이들 불려서 함께 먹었습니다. 사장님도 기분이 좋아보이셨습니다. 아들 군대 휴가 갔다 나왔냐고 하시더군요. 


 "아들 중학생이에요."

 "에? 아이고, 머리도 짧고 키도 커서 군인인줄 알았지."

 "그런 말 자주 들을거에요."


까까머리에 키 184센티인 아들. 충분히 오해 하실 만 합니다. 

사장님이 폭포를 가리키며 말하십니다.

 "밤에 조명 켜니까 꼭 가봐유."

충청도 특유의 늘어지는 말투로 사장님이 추천해주시길래 아이들을 이끌고 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조명을 켜두는 시간은 밤 10시까지. 

한 발, 한 발.

이때까지만 해도 낮에 봤던 폭포와 크게 다르겠나 싶었지만 가까워질수록 와아- 라는 탄성과 함께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와아....이게 뭐냐고요. 

조명에 따라 다른 분위기. 사진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밤하늘을 수 놓은 별들까지. 

이건 직접 눈으로 봐야 합니다. 카메라는 절대 다 담지 못해요.



시원한 폭포소리.

강렬한 색보다는 은은한 색이 더 조화롭지 않나요?

조명에 나무 그림자가 바위에 비쳐 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별에게 푹 빠집니다.

10시가 지나 조명이 꺼지고 나자 그제서야 빛을 발하는 별들. 하늘을 수 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걷느라 내려오는 짧은 시간 내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봅니다.

도시에 사느라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아요. 

예전에 아들 동계훈련 따라간다고 의령에 갔던 적이 있는데 이때가 one top! 괴산은 이어 two top 입니다.

의령만큼 하늘 가득 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진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괴산으로 출발하기 전, 괴산 출신 지인에게 괴산으로 여행간다고 하니 "촌이라 볼 게 없어유." 라고 하셨는데 

이런 풍광을 숨겨두고 있었네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새로운 생물체가 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 저는 너무 흡족했습니다. ^^ 


-폭포가 생각만큼 크진 않아요. 그리고 주위에 다른 볼거리도 없어요. 하지만 근처에, 특히 밤에 지나가실 일이 있다면(물론 거의 없겠죠. 시골이니까요.) 잠깐 들러보세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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