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양가 상견례를 끝내고 나서 봉쓰가 봐뒀다는 집을 보러 갔다
인터넷으로 먼저 봤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별로였다
그때는 전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집’이 없었고 또는 있어도 너무 비쌌다
부동산을 드나들 때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금액대를 얘기했는데 왜 그렇게 주눅이 드는지...
봉쓰 는 ‘대출’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더 자세히 자기 수입의 얼마 이상을 과하게 대출하는 것을 반대... 그는 아주 경제관념이 확실한 남자였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대의 전셋집을 찾으러 다닌 것!
그렇게 번번이 부동산에 전화번호만 남기고 무작정 가 본 어느 부동산
봉쓰는 ‘맛집’에 대한 촉이 좋은 편인데 부동산 촉도 좋은 편
인상 좋으신 여사장님이 우리를 반겨줬다
우린 신혼집을 구한다며, 금액 대는 얼마 정도 생각한다고...
그 사장님은 “마침 전세가 나왔는데~~~ 오후 4시쯤 보러 오면 된다”라며 거기 다른 사람들도 보러 온다는 얘기를 덧붙이셨다
그 집이 여러 부동산에 내놔서 여기저기서 보러 온다는 것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서 근처 시장 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또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불현듯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봉쓰 거기 4시에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올 건데 우린 조금 더 일찍 가 있자”
우린 몇 분 더 조금 일찍 도착했고
마치 우리보다 먼저 본 사람이 막 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신혼집이 된 그 집은 초역세권이었고 백화점, 영화관, 먹자골목 등 정말 신혼부부들이 살기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든 건 지하철에서 가깝다는 점도 있었지만,
거기 집을 내놓은 부부가 아기를 낳아서 ‘더 큰 집’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왠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
우린 보자마자 ‘계약할게요’라고 했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드디어 우리 신혼집이 생겼다”
결혼은 7월, 봉쓰 자취집은 5월 계약 종료
봉쓰가 먼저 신혼집에 들어와 살기로 했다
“봉쓰 가전제품은 6월에 넣어줄게~ 기다려”
집을 계약한 그날, 꿈인지 생시인지 무한대로 좋았다
집이 좁으면 어떠랴!
우리가 이렇게 같이 살 집이 생겼는데~~~ 그렇게 더 결혼이 현실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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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 차
그때 그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가 지금 집을 매매할 때 조언도 해주면서 ‘우리가 이사 가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왠지 이 부부는 아쉽다”면서
인연은 그렇게도 만들어지더라~~~
한 줄 tip: 나는 대출을 많이 내서라도 삐까뻔쩍 한 집을 원했지만, 봉쓰의 생각도 일리가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는 것!
신혼집을 생각했을 때, 그래서 더 추억이 있고 지금 집에서의 행복을 몇 배로 더 느끼는 것 같다(그런데 아기가 생기니깐 왜 자꾸 전원주택이 가고 싶은 걸까?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