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문 ; 곰에게 길을 묻다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 것이다, 라고.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
그런 때가 있었다. 오십을 갓 넘겼을 때였는지, 쓸데없이 당당하고 두려움이 없던 때가 있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 때문에 나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나쁜 운명 깨우는 걸 겁내 하지 않으면서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자신감은 옳은 행동을 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거라 했던가. 이제 틀리지 않으려고 소심하게 살만큼 내 인생이 충분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올곧게 살았으면 되었다.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아님 말고! 오늘부턴 틀려도 당당하고 뻔뻔한 곰처럼 살기로 했다. 나를 보면, 정말 곰이 따로 없다고, 곰 같은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항상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 곰처럼 나쁜 운명, 좋은 운명 가리지 않고 다 깨워 가면서 씩씩하게 걷는 거다. '곰'이 넘어지면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