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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22. 2021

사소한 시간들의 역사

#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큰 것을 바꾸기 위해 미루어 살기보다는 작은 것을 당장 당장 바꾸며 살게나. 그리하면 올해는 반드시 어떤 소득이 있을 걸세. (정채봉)



아내가 텃밭에서 제비꽃을 가져와 하얀 도자기 컵(자기가 만든)에 꽂았다.  


"너무 예뻐"  


둘러보니 하나가 아니다. 벚꽃도 보인다. 민속품 파는 사이트에서 내가 산 호롱 등잔, 심지를 꺼내고 벚꽃 가지를 꽂아 놓았다. 뭐 이런 걸 돈 주고 샀냐며 나무라더니, 웃긴다. 소녀처럼, 여학생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들떠 있는 아내 옆에서, 나도 덩달아 헬륨 풍선처럼 떠 오른다. 별것도 아닌 일상이고, 사소한 사건이다. 그래도 즐겁다.


사람들은 오지 않을지도 모를 큰 일을 위하여, 오늘 작은 일을 참으라 한다. 작은 일들이 쌓여 큰일이 되는 것인데. 사소한 성공 없이 어찌 큰 성공을 거둘까.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어떤 분의 얘기가 생각난다. 비결이 뭡니까? 사소하고 작은 결정은 모두 아내에게 일임하고, 저는 크고 중요한 결정만 하는 겁니다. 오호, 간단하군요. 그럼 크고 중요한 결정은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 그게 말이죠, 아직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음, 모든 일을 사소한 일로 받아들이고 아내에게 전권을 양도한 그분의 현명함이 놀랍다. 그렇다. 사는 일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다. 그냥 잠시 머물 뿐이다. 어느 작가가 그랬다. 세상살이를 한 문장으로 쓴다면,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라고 쓰겠다고. 오래 머물고 싶다고 그럴 수 없다. 다 지나갈 일들이다. 떠날 때 생각하면 다 사소한 사건들이다. 티끌이 쌓여 태산이 되고,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법이다. 불확실한 내일의 큰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오늘, 지금 내 앞에 있는 사소한 시간에 충실하자. 


사소한 시간들이 쌓여 그 사람의 역사가 된다. 





오랑캐꽃이라 불리는 제비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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