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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n 27. 2022

능소화를 보고 오라

# 노력해도 사랑이 회복되지 않을 때.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거지? 어찌 저 꽃은 손나팔까지 불며 내 할 말을 지가 묻고 있는가. 능소화 활짝 필 때, 훌쩍 져버린 사랑 하나 있었다. 능소화 훌쩍 질 때 활짝 피어나는 그리움 하나 있다. (양광모, '능소화' 중)



다가오는 좋은 날,


결혼한다며 부끄러운 듯 청첩장을 건네주는 직장 동료 예진아씨. 늦었지만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가장 사랑할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작가 정철은 결혼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라 했다. 즉,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은 앞으로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에겐 사랑하는 사람보다 사랑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 



나도 그 사람도,


보통사람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통의 우리가 특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걸까. 특별한 사랑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을 만나 그를 특별히 사랑하면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영화 '쿵후 판다'에서 특별한 국수 맛의 비법을 묻는 아들 '포'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만들 국수를 특별하다고 여기는 게 비법"이라고. 맞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해지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소중히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면 되는 거다. 자 비법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도 특별한 사랑을 해보자.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능소화를 그와 함께 보고 오다. 대구를 지나는 길에 부러 화원읍에 있는 남평문씨인흥세거지를 찾았다. '토지'에서 최참판댁 가문을 상징하던 꽃, 오직 양반가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꽃. 그 능소화가 여름 볕에 달궈진 토담길에 예쁘게 피어 있었다. 젊은 시절은 사랑하기 위해서 살고,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한다고 했던가. 비록 사랑을 위한 청춘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생존을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살아있는 이 순간에, 내가 오늘을 살아갈 이유인 그 사람과 사랑스러운 꽃 능소화를 보다니. 같이 사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느껴지거나, 애써도 뜻대로 사랑의 마음이 회복되지 않을 때, 손잡고 능소화를 만나고 오라.





능소화의 꽃말은 '여성'과 '명예'이며, 능소화가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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