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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y 25. 2022

슬픔도 재산이다

# 눈물 나는 사진.


눈물은... 슬픔의 말 없는 말이다. (볼테르)



내게는 '눈물 나는 사진'이 한 장 있다.


꺼내 들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진 속 눈망울이 잊히지 않는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그다음 해였을 것이다. 아내와 5일장이 열린다는 공주 산성시장 구경을 갔었다. 소란한 시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복개천 양 옆으로 좁다랗게 동물 장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일가족으로 보이는 어미 백구와 새끼 백구 여러 마리가 우리 안에 있었고, 그 어린 눈망울도 갇혀 있었다. 우리가 조우했을 때. 아, 마치 입양부모를 기다리는 보육원 아이처럼, 우리 부부를 간절히 쳐다보는 그 눈망울을 나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보면 또 운다고 뭐라 할까 봐,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감춘 채 시장을 도망쳐 나왔다. 그러나 몰랐다. 그날 우리 뒤를 따라온, 그 슬픈 눈망울이 지금도 사진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을 줄은. 사진을 보기만 하면 가슴이 아파올 줄은. 이렇게 오래된 슬픔으로 남을 줄은.



'슬픔도 재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사람 때문에 슬퍼해 본 사람은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 타인의 슬픔에 눈물 흘릴 줄 안다. 마찬가지로 동물 때문에 슬퍼해 본 사람은 동물을 귀하게 여긴다. 슬픔은 세상을 진심으로 살게 해 주는 재산인 것이다. 상냥함을 뜻하는 '부드러울 우(優)'라는 글자는 '사람 인(人)' 변에 '근심 우(憂)' 자가 붙는다. 다른 사람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즉 사람의 슬픔을 아는 것이 상냥함이란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알아주는 것이 상냥한 것인데, 왜 나는 상냥하지 못한 걸까. 누구 못지않게 슬퍼해 보았고, 외로워해 보았으면서, 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바라보지 않는 것일까. 이제부터 슬픔이란 재산도 모아가며, 좀 더 상냥하게 세상을 살아야겠다. 산성시장에서 마주친 슬픈 눈망울의 행복을 염원한다.




이 사진만 보면 눈물이 나서, <눈물 나는 사진>이라 이름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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