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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ug 22. 2022

위로가 되는 물음

# 관심을 갖고 그냥 서로 묻기.


어른들은 외로우냐고, 무서우냐고 서로 묻지 않는다. 그저 사람과 사람끼리, 이웃과 이웃끼리 낯선 섬처럼 무심할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길에서 우는 아이를 보면 "왜 우니?" 하고 묻는다. 친구가 힘겨워하면 "어디 아프니?" 하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외롭잖니?" "무섭잖니?" 하고 정겹게 묻는 말,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따사한 말이다. 누가 옆에서 그렇게 물어주기만 해도 우리들 삶에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될까. (아동문학가 이준관 칼럼 중)



누가,


불안해하고 무서워할 때, 다가가서 물어본 적이 있는지.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어른이라면 이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어른 노릇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요즘 느낀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몸에 관계의 세월이 축적된다는 것이고. 그만큼 안부를 물어야 할 만남을 많이 가졌다는 뜻이다. 너무 많은 관계를 가져서 무관심한 거라고 말하지 말자. '어른'이란 위로가 필요한 만남 앞에서 고개 돌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관심들이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누가 나에게 다가와 물어주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아직 멀었다. 어른이 되려면. 



관계는,


무엇일까? 너랑 관계없는 일이니, 상관하지 마. 제삼자는 빠지란 말이야. 우리는 이런 말을 흔히 듣는다.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은 '타인'이라 칭한다. 결국 나와 상대방 사이에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무엇이 '관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관계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말에 동의한다. 결국 '관계'란 '관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관심 없이 그냥 만들어지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어떤 관계도 예외는 없다. 관심이 있어야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만약 연인에게 관심이 1도 없다면, 더 이상 연인관계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타인이거나 제삼자일 뿐이지. 



관심은,


글자 그대로 '마음'이다.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을 쓰는 것, 그 마음씀을 말한다. 상대에게 마음을 쓰고 있으면 관계가 있는 것이고, 마음을 1도 쓰지 않으면, 즉 무관심하면 그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좋은 관계란 좋은 관심을 가져줄 때 만들어지고, 나쁜 관계는 나쁜 관심을 품을 때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심은 물음으로 만들어지고 상대에게 전달된다. 대부분의 관계에서, 사람들은 누가 물어주기만 해도 힘이 되고 충분한 위로가 된다. 사람은 관심을 먹고사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의 공허를 채우고 채워주며 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어설픈 어른 노릇 그만두고 아이들처럼 서로 물어주기로 하자. 관심을 갖고 그냥 묻기만 해 보자. 



괜찮아? 오늘 어때?





재미있니? 엄마가 묻자, 까르르 웃어주던 사내아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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