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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n 07. 2023

내 슬픔을 지고 가는 자

# 다 떠날 때 오는 사람, 친구


친구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한 발 늦게 찾아가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는 한 발 먼저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우정입니다. (칼릴 지브란)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언제일까요? 내 곁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언제 할까요? 사람들은 힘들고, 고민스럽고, 슬플 때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아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잤어, 이렇게요. 그렇지만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울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 너무 기뻐서 죽을 것 같아, 즐거워하느라 잠도 못 잤어. 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자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건 혼자 차지하고 싶고, 싫은 건 내버리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역할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쁨은 그 혼자서 만끽하도록 해주고, 슬픔은 냉큼 가져와 그가 덜 아프게 해주는 것 말입니다. 물론 기쁨을 함께 축하하며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쁨과 조금 더 큰 기쁨은 체감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합니다. 그동안 내 등에 그들의 슬픔을 얼마나 지고 왔는지 돌아봅니다. 친구들의 안부를 자주 확인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친구는

 

다 떠날 때 오는 사람입니다. 친구(親舊)의 '친(親)'자는 '나무 위에 서서 지켜봐 준다는 뜻'이라 합니다. 또 친구(FRIEND)라는 단어에는 'END'가 들어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친구는 끝까지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친구에 대한 개념은 비슷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 그가 바로 친구인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란 모든 사람이 떠날 때를 말합니다. 친구는 모두가 나를 떠날 때, 내게 와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친구, 나쁜 친구, 원수 같은 친구, 웃기는 친구, 더러운 친구, 뭣 같은 친구, 상종 못할 친구 등등. 상황에 따라 불리는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다 '친구'입니다. "우리 칭구 아이가?"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 관계 말입니다. 그런 친구 몇이나 있는지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 어느 때나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주는 넉넉함과 든든함이 있기 때문이지요. 길었던 출장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 출근길은 사무실에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서글프지만 사실입니다. 사무실에도 친구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곳이 서글플 수는 없으니까요. 친구는 또 다른 나입니다. 나를 대하듯이 사람을 대하면 곧 친구가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와 함께 신나게 사는 게 어떠한지요.



친구들이


생각나는 시간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세상을 걷다가 문득, 어?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당황한 적 있지 않나요? 네비를 믿고 생각 없이 차를 몰다가, 중요한 갈림길에서 먹통이 된 그녈 발견했을 때. 그 황당함을 아는지요. 살다가 그런 황망한 기분이 들 때면 친구가 보고 싶어 집니다. 친구들 생각이 틈입하는 순간입니다. 구구단을 떼지 못해 이해득실을 따질 줄 모르던 유년의 친구. 숨기거나 속이지 않은 알몸뚱이 알마음으로 함께 물고기를 잡던 친구. 지금 숨 가쁘게 달리는 이유가 친구를 보러 가는 길이 아니라면... 너무 달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친구가 필요로 할 때 한 발 먼저 찾아가 곁에 있어 주는 것, 작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을까요? 나는 내 등에 그들의 슬픔을 얼마나 지고 왔는지 반성합니다. 오늘, 친구들에게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 전해 보는 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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