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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pr 21. 2023

백설공주를 사랑한 남자

# 사랑, 목숨을 걸어야 할 수 있는 일


"백설공주 이야기 읽어 본 적 있어?"
"응."
"그중에서 누가 백설공주를 제일 많이 사랑한 것 같아?"
"왕자일까? 나는 일곱 난쟁이 중에 막내가 공주를 더 사랑한 것 같은데... 너는 누구라고 생각해?"
"사냥꾼."
"응? 무슨 사냥꾼?"
"백설공주를 숲에서 도망치게 한 사냥꾼 말이야... 백설공주의 심장 대신 돼지의 심장을 갖고 왕비에게 갔었던..."
"그 사람이 왜?"
"그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백설공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남자거든."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중)



맞다. 


우린 사냥꾼을 잊고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백설공주를 위하여 목숨을 걸었던 유일한 사람. 어찌어찌 지나가다 발견한 공주에게 키스만 했던 백마 탄 왕자도, 숙식제공을 빌미로 가출소녀에게 일을 시킨 난쟁이 일곱 명도 공주를 위해 목숨을 걸진 않았다. 그림형제가 쓴 원작을 보면, 사냥꾼은 결국 죽임을 당한다. 왕비는 공주의 심장과 간을 가져온 그 자리에서 사냥꾼의 목숨을 빼앗아 입막음을 했던 것이다. 지금 나에게 목숨을 걸 누군가가 있는지 묻는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고픈 그런 사랑이 있는지.



암컷 비둘기는, 


수컷 비둘기에게 헌신적으로 사랑을 주기만 하다가, 속병이 들어 일찍 죽는다고 한다. 사랑을 주기만 하고 받지를 못해, 사랑이 고파 죽는 것이다. 사랑도 밥과 같아서 오래 굶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 혹시 나도 아내를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한다. 지금껏 같이 살면서 내가 받은 사랑이, 그 사람이 목숨을 걸고 준 것임을 알지 못했다. 나에게 해주는 만큼 아내도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걸, 이 무던한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죽음의 호수, 


사해는 주위의 물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흘려보내지 않는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받기만 하고 흘려보낼 줄 모르면 고여서 썩게 된다. 결국 받기만 한 사람도 죽고, 주기만 한 사람도 죽는다. 이렇듯 사랑을 하는 것은 목숨이 달린 일이다. 금강 수중보 허물듯 마음의 보를 터, 강물처럼 사랑이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부디 우리, 사랑에 진심을 다하며 살자.






딸 작품, 고등학교 때 미술시간 과제물(종이와 커터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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