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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Feb 27. 2023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여기였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 일을 놀이처럼 즐길 것.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할 것. 적절한 시점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을 줄 것. (석지영,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중)



토끼풀 위로 벌렁 눕는다. 



이 세계에는, 그 어떤 위험 요소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고 여린 토끼풀들이 시시한 일상처럼 군락을 이루면, 내 삶의 하중 정도야 넉넉하게 지탱해 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라텍스 매트리스 위에 누운 것처럼 등이 편안하다. 가시 같은 햇빛 쏟아지고 콧등을 치며 산바람이 지나간다. 드문드문 '행복'과 '행운'이라 불리는 꽃들이 피어난다.


이 세계에서, 놀이처럼 즐거운 일을 여럿 찾았고, 새로운 시도는 감수할 위험보다 큰 성취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끝에 도달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보상의 선물을 하나씩 준다. 그 선물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참 좋다. 한시라도 빨리 일하러 가고 싶고, 조금만 더 일을 하겠다 떼를 쓴다. 여기서는 일이 곧 놀이이고, 노동이 곧 휴식이 된다.

 

이 세계에선, 완전히 똑같은 두 개의 토끼풀이 없으며 똑같은 두 명의 사람도 없다. 토끼풀 군락을 풀밭으로 뭉떵거리지 않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군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다양성은 집단 보편성과 개체 독립성 사이에도 그대로 인정된다. 동질감조차도 다름을 구분한다. 뛰어나거나 특별하다는 우열의 논리가 아니라 다름에 기반한 나열의 논리에 익숙하다. 그래서 다를수록 존중받는다. 


지난 세계에서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미움도 받았다. 기쁜 일 많았지만 슬픈 일도 많았다. 성공한 적 많았으나 한 번의 실패로 없던 일이 되기도 하였다. 똑똑한 사람들 참 많았고, 남을 낮추어 자기가 커 보이려는 사람들이 흔했다. 구석구석 이동하며 시야를 넓히고 안목을 높일 수 있어 좋았다. 좋은 날이 많았으나 이따금 만나는 아픈 날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지나니 다 소중하고 필요한 날들이었다. 



토끼풀밭 위로 구름이 지난다, 위로 위로 위로... 그래 위로다.







딸 그림 - 토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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