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과 그림자, 낮과 밤
삶의 어두운 그림자는 자신이 태양을 가리고 있을 때 생겨난다. (렐프 왈도 에머슨)
가끔
우리는 그림자의 정체를 잊어버리고 산다. 빛이 있는 곳에서만 존재하는 존재. 일직선으로 뻗는 빛을 차단하면 그 차단된 곳은 그늘이 지는데, 이것을 그림자라고 칭한다.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 그림자의 개념은 같다. 칼 융은 인간에게 있는 숨겨진 성격, 우리 안에 있는 억압된 부분을 '그림자'라고 했다. 빛처럼 밝은 성격의 이면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림자가 있다. 만약 그림자가 없으면 사람이 아닐 것이므로.
빛을
막는 부분이 그림자가 된다는 것. 그림자의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빛의 세상과 다름 아니라는 것. 때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빛의 면적보다 훨씬 큰 그림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그 그림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들었다는 것. 살면서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림자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뿐.
밝은
세상이 넓을까? 어두운 세상이 넓을까? 그야 당연히 존재의 바탕은 어둠이 되는 거겠지. 밝은 세상이란 게 어두운 세상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니까.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지. 혹시 그거 알아? 그림자의 세상에선 밤이 오지 않는다는 것. 낮이 계속되어야 그림자들이 살아가니까. 만약 그림자의 세상에 밤이 온다면 사람들은 모두 그림자를 빼앗기고 대피소 같은 곳에 숨어 지내겠지. 그럼 그림자의 세상이 아니겠지. 밝거나 어둡거나 있는 그대로의 기분을 숨기지 말자. 나를 숨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리지 않으며 사는 일.
오늘, 그림자에게 배운다.
딸 그림, 그림자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