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북 <눈물 나는 사진>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었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함민복, '성선설')
엄마 사진
'엄마'라는 말은 눈물을 머금고 있는 스펀지 같은 말이다. 누가 길에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엄마가 생각난다. 세상 모든 엄마는 다 내 엄마 같으니까.
잠이 오지 않는 밤,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손가락으로 넘기다가 엄마 사진에서 동작이 멈췄다. 엄마는 이 사진이 싫다 하셨다. 염색이 잘못되어 언뜻언뜻 흰머리가 드러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하셨다. 그래도 나는 이 사진을 지울 수 없었다. 엄마와의 대화가 고스란히 찍혀 있는 사진이니까. 엄마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사진이니까. 꺼내 들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사진이니까.
엄마의 꿈
신경숙 작가는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의 꿈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난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까.' 작가는 미처 엄마의 꿈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하여 후회를 했었다.
고춧가루 10근을 부친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뭐 하러 부치냐며 주말에 가지러 가겠다는 정답으로 대답했다. 무심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다 엄마의 꿈이 과연 '엄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인 아내의 꿈은 또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아내의 꿈이 '엄마'라 생각하는 건 아닌지, 혹은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마의 꿈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이제는 아내의 꿈을 찾아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기다림
어머니 좀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가고 있어요. 사실... 그동안 제 마음속에 제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랑 애들이랑 어머니가 제 맘 안에 들어차 저의 자리는 없었지요. 근데 그리 살면 안 되는 것이더군요. 사는 게 별거 아니라 해도 내 마음속엔 내가 있어야지요. '자존심'이 그 말이잖아요. 어머니... 이제야 저는 제가 마음에 듭니다. 제 마음속에 제가 들어 있어 좋습니다. 주말이라 차가 밀리긴 하지만 어여 갈게요. 어디 가지 마세요. 거기 그대로 있어만 주세요.
효자손
라디오에서 어떤 고민남의 사연을 들었다.
"엄마한테 파리채로 맞았습니다. 근데 그날 이후 자꾸 등에서 날개가 나오려는지 간지럽고, 두 손을 비비고... 그렇습니다. 저 이러다 파리가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황당하고 웃기는 고민상담에 태연스럽게 개그맨 남희석이 답변을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효자손으로 암만 패도 효자 안되잖습니까? 그거와 같습니다. ^^"
웃다가 문득, 이제는 효자손으로 엄마에게 맞으면 효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게 작대기, 빗자루, 부지깽이, 파리채, 연탄집게, 먼지떨이, 효자손... 뭐라도 좋으니, 그때처럼 엄마에게 다시 한번 맞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