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Sep 07. 2023

기쁨의 속성

# 기뻤던 기쁨과 슬펐던 슬픔


모든 순간을 만족할 수는 없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 한 사람, '나'에게 '가끔' 기쁨을 주고 '언제나'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면 그것이 가장 괜찮은 삶입니다.
(김정한, '때로는 달처럼 때로는 별처럼' 중) 



이제부터는,

 

살아가는 이유를 '남'에게서 찾지 않고 '나'에게서 찾으려 합니다.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일부터 할 작정입니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이타적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과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은 내게 '큰' 기쁨이 되는 일입니다. 



기쁨이나 슬픔 등,


사람의 감정은 중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기쁨이나 슬픔이 여러 번 계속되면 사람은 거기에 중독되고, 그 중독의 관성 때문에 더 큰 기쁨과 더 큰 슬픔을 겪게 되는 거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성질을 이용해서 기쁨을 얻어야 합니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일을 과제로 삼고, 날마다 그 과제를 이뤄내는 겁니다. 그 성취의 기쁨이 반복되면 중독성이 생기게 됩니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이 있어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중독의 본성입니다. 작은 기쁨에 중독되면 점점 더 큰 기쁨을 얻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겐 기쁜 일만 생기게 되는 거지요. 아, '중독' 하니까 후배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둘 다 중독성이 강한데도 마리화나는 불법이고 담배는 합법인 이유 말입니다. 마리화나는 축 늘어져 노동 의욕을 잃게 하지만, 담배는 사람을 각성시켜 더 많은 노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그리고,


기쁨 같은 사람의 감정은 중독성 외에도 전염성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기분 좋게 웃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덩달아 웃게 되지 않던가요. 우울하고 슬픔에 빠진 사람 옆에 있으면, 나도 우울하고 슬퍼졌던 경험 있을 겁니다. 감정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슬픔 바이러스보다는 기쁨 바이러스를 사람들에게 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기쁨 바이러스의 보균자가 되려면, 먼저 나부터 기쁨에 절어 있어야 하겠군요. 음 다른 사람의 기쁨에 감염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나만의 기쁨을 만들어 내는 것도 꽤 기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기쁘게 해 주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층 사는지도 모르는 여학생의 인사가 나를 기쁘게 하고, 작년에 입던 겨울 외투에서 나온 뜻밖의 5만 원권 지폐 한 장이 나를 기쁘게 하고.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지만 기어코 이뤄낸 친구의 승진 소식이 나를 기쁘게 하고, 다 먹은 줄 알았던 냉장고 신선 칸에서 발견한 토마토 한 개가 나를 기쁘게 합니다. 오랜만에 연결된 친구의 전화가 들려주는 세상 사는 이야기가 나를 기쁘게 하고, 남들은 열대야라는데 서늘하기만 한 거실 바닥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하고, 이렇게 선보일 수 있는 브런치가 있다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그때는 기뻤던 기쁨이 지금은 그렇게 기쁜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꿈꾸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