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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Feb 06. 2024

공존의 본능



맨발로 걷기 좋은 명사십리해변으로 차박을 갔다. 먹을 것을 들고 있지도 않았는데, 고양이가 반갑게 뛰어왔다. 그냥 자기를 불러주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렸던 모양이다. 어쩌면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고양이에겐 밥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가끔은, 누군가의 부름에 일일이 응답하는 것이 피곤한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가족들의 부름에서 해방되고 싶은 아내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낯선 곳이 이내 낯설지 않은 곳이 되고, 또 누군가의 부름이 거기에 도착하게 되면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부르고,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공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인간은 공존의 본능 때문에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을. 내 안에 누군가를 들이고 싶고, 누군가의 속에 있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그랬다. 어쩌다 네가 나를 나갔을 때, 온몸으로 확산되는 그 부재의 허전함이 너무 싫었다. 어디에도 나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가 부르면 냉큼 달려가야 하는 거라고 말한다. 이것저것 재다가 가지 않으아무도 부르지 않게 될 거라고. 아직 나를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이런 말을 했다.


"작곡가가 종이 위에 곡을 쓰고 나서 그 종이를 서랍에 넣습니다. 그 음악은 존재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하려면 그 음악을 연주할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이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음악을 들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음악 예술에만 속하는 극적인 이행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묶어줄 기적을 필요로 합니다." 


기억해야 한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나'의 존재도, 나 혼자서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보고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내가 존재있음을. 보잘것없는 나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연주해 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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