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상처

by 완뚜

병원에서 부터 납골당까지의 시간 내내 생각했다.

이런 아픔의 강도는 무뎌질 것이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혹시 그를 완전히 잊어 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했다. 워낙 기억력이 나쁜 나는 망각의 세월을 살아 왔으므로.


납골당에 그를 안치하고 내려오는 길,

3년 전 부인을 먼저 보낸 친구가 다가 왔다. 입에만 미소를 걸고 건네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힘들지? 그런데 점점 더 생각난다. 점점 더 보고 싶어진다." "그렇더나?" 하고 물으며 안도했다. 그를 잊고 싶지 않았으므로. 집으로 돌아와 티브이를 보거나 설겆이를 할 때, 혹은 청소 중에 훅 치고 들어오는 기억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그의 말과 미소와 행동. 너무나 선명한 기억으로 떠 오른다. 아! 나는 슬픔의 눈물을 너무 흘려 기억의 뇌관을 건드렸나보다.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다시 가슴부터 뻐근해진다. 목에서 엉엉거리고 기어이 눈에서 비가 내린다. 내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 남편과 관계된 일들만 기억이 난다. 평소 일처리 똑 부러진다는 내가 계속 실수를 한다. 정신 차리고 뒷 수습해야 하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상대가 하는 말은 귀 앞에서 맴돌기만 하고 머릿 속은 기억에 잠식되어 더 이상의 명령어를 수행하지 못한다. 내 데이터 베이스는 이미 엉망이 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며 망가진 게 가슴만은 아니었다.

머리는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