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생긴 병

by 완뚜

무료하다.

온종일 글을 쓰고 검색을 하고 공부도 시작했다. 평소보다 3배는 더 열심히 무언가를 하며 지낸다. 그런데도 시간은 늦기만 하고 뚫려버린 가슴으로 찬바람만 지나다닌다.


아프다.

숨을 들이쉴 때 지나가던 바람이 내 쉴 때 다시 지나가며 심장의 여린 살을 자극한다. 조금만 더 센 강도로 지나가면 찢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미친 생각이 든다. 가슴의 쓰라림은 늦은 밤에 눈 감고 지쳐 잠이 든 뒤에야 비로써 사라진다. 맞나, 사라진 게? 여전히 아픈데 잊고 잠에 취한 걸지도.
가끔 소주라도 한잔할까 싶다가도 술기운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생자로 버틴다. 오늘도 뜬금없는 눈물에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지나가던 아들이 빤히 쳐다보며 왜 세수했냐고 묻는다. 이미 눈치챈 아들에게 조금 있다가 성당 갈 거라 그랬다고 했다. 아직 5시간이나 뒤에 출발할 성당행을 위해 벌써 세수라니. 아들이 볼 때 엄마가 이상하겠다. 느닷없는 눈물 바람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남편의 연미사 중에도 눈이 빨개지면, 힘을 주고 눈동자를 위아래로 돌리며 딴생각을 한다. 여간 민망하고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알 듯 말 듯 했던 그 이야기를 공감하게 되었다. 남편은 납골당에 모셨는데 심장이 두 배로 무거워졌다. 호흡도 힘들어졌고 묵직한 것이 여간 답답한 체증이 아니다.


2년 전, 소화가 안 되고 명치가 답답해 숨쉬기도 힘들어 동네 병원에서 소화제 처방을 받고 똑 같은 증세에 다시 소화제 처방, 그렇게 꼬박 두 달을 고생했었다. 명치가 답답해지기 시작하면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고 곧이어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내시경 검사도 했는데 위장은 깨끗하단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결국 병원을 옮겼더니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날 새벽 긴급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담낭에 담석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고 췌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결국 쓸개 빠진 여자가 되었다. 그때 미치도록 답답했던 명치의 체증이 이번에는 심장으로 옮겨 갔다. 심장 부근이 딱딱하고 묵직하다. 화한 느낌으로 시려 오기 시작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순식간에 전신으로 번지며 사라진다. 다시 생긴 체증은 이제 어느 병원에 가서 무엇을 절제해야 하는 걸까? 수술방에서 나온 내 손 잡고 괜찮다고 위로해 줄 사람도 더는 없는데 이제 어떤 수술을 해야 할까? 기억의 어느 부분을 절제하면 심장의 체증이 생기지 않을까?


옛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선아가 시련의 아픔에 힘들어하며 죽은 아버지에게 독백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아버지,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미 딱딱해진 심장이 여전히 아프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