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점

by 완뚜

눈가에 점이 있는 사람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거울 속의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눈밑에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이던 배우를 기억한다. 거울 속의 못난이는 눈밑에 섹시하게 자리잡는 그런 눈물점은 없다. 오른쪽의 얕은 쌍꺼풀 속에 숨은 점을 발견했다. 못난이는 눈물도 흔한 아이였다. 매력적이지 않은 눈물점을 가진.


눈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나의 눈물은 대부분 설움이 폭발하고 억울함을 이기지못해 흘렸다. 그때는 분한 일도 억울한 일도 왜 그리 많았던지. 결혼 후 남편은 곧잘 내 눈물에 속아 넘어갔고 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덕분에 아주 우수한 무기를 장착한 체 20여년을 이겨먹었다. 점점 악어의 눈물에 특화되어 갔다.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멈추지 못하고 흐르던 그 눈물은 조금 달랐다. 평생 흘려보지 못했던 종류의 눈물을 쏟으며 무너졌다. 무슨 일인지 실감하지도 못했고, 의미조차 파악할수 없었던 눈물이었다. 그에게 미안해서 였는지, 그가 불쌍했던 건지, 남은 아들이 안타까웠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의 나의 인생이 절망적이었던 것인지 알지 못했다.


수개월째 나는 매주 그를 만나러 간다. 사진으로 해갈되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사고 나지 않을 정도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낮시간, 한적한 납골당에는 볕이 따갑다. 중환자실에서의 서늘하던 그의 손이 언제부턴가 명치에 걸려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있다. 그의 유골함 앞을 막고 있는 햇볕에 달구어진 대리석을 만지면 그나마 그의 온기같아서 조금의 위안이 되는 탓이다. 그래서 나는 매주 그에게 달려간다.


눈치 빠른 자매들은 혼자 그를 찾아가는 나를 교묘하게 방해하며 매번 따라나선다. 그런 날은 나와 그가 회포를 푸는 과정이 생략되고 잠시 머물다 오는 것이 고작이다.

다녀와도 다녀온 것같지 않은 갈증이 났다. 나는 소문나지 않게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가나? 이제 그만 가지? 자꾸 가는 거 안 좋다." 는 그들의 걱정을 듣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당신들은 탈진할 만큼 울어 본 적이 있는가?

혼자 출발한 차안에서는 뇌도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톨게이트에 접어들기도 전부터 가슴이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심장이 덜썩이다 결국 꺼이꺼이 소리가 목으로 올라온다. 안된다고 운전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이를 악물며 버틴다. 그래도 결국 시야는 흐려지고 만다. 그렇게 울다 버티다를 반복하며 한시간을 달리면 아름다운 산길이 나오고 "당신은 이 좋은 경치에 세상 툴툴 털어버리고 와 있어서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면 남아있는 내가 불쌍해서 또 다시 꺼이꺼이 목에서부터 치받쳐 올라온다. 그의 앞에 서면 제일 먼저 대리석에 손을 댄다. 따뜻해서, 생전의 그의 체온 같아서 악수를 한다. 손 한번만 다시 잡아 볼 수만 있어도 소원이 없을 것만 같다. 그때부터 나는 미친듯이 운다. 의지와 상관없는 울음이 시작된다. 내가 이렇게까지 그를 사랑했었나? 의문이 들 만큼 운다. 이제까지 참 많이 울었다 싶은데도 또 이러고 있는 내가 이상하지만 말릴수가 없다. 30분 가량 그와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추스리면 또 일주일을 버틸 힘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또 올께." 하며 돌아서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휘청휘청 위태롭다. 한발 옮기기가 왜이리도 어렵고 힘드는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차에 오른다. 그 순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시트에 파묻히듯 가라앉는다.시동을 걸고 출발해야하는데, 사무실로 돌아가야하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기운조차 남지 않은 나는 난감하다. 차안은 정적만 가득하다. 무작정 기다린다. 가기 싫다는 마음을 몰아내느라 안간힘을 쓴다. 쉽지 않은 숨 고르기를 한다. 문득 "아! 이런게 탈진될 만큼 우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로 돌아가야하니 거울을 보며 눈가를, 얼굴을 살핀다. 엉망이다. 제발 들통나지 않아야 할텐데. 요즘 내가 제일 견디기 힘든 건 위로라는 이름의 동정이다. 그래서 잘 지내는 척하느라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덕분에 가끔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거울로 눈가의 붉은 기를 들여다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왼쪽 눈에서 눈물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없던 눈물점이 하나 더 생겼다. 나는 눈물의 여왕이 되려나보다. 양쪽 쌍꺼풀속으로 자리잡은 눈물점에 경악한다. 이전보다 더 못난 울보가 되었나보다.


나는 화장으로 눈두덩의 붉은 기를 숨기며 생각했다.

'이렇게 영원히 울보가 되어버리고 마는 건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