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만 마음들
너였구나
나를 설레게 하던 그 향기
-봄날-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한 건,
어디선가 불어온 봄꽃의 향기였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던,
낯설지 않은 내음.
그건 단순한 꽃내음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봄날의 기억이었다.
기억을 깨우는 그런 향기가 있다.
나는 그걸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또 누군가는 목소리,
내겐 그보다 먼저 스며드는 것.
봄꽃은 매년 같은 자리에서 피지만, 그 향기는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어떤 날은, 그 다름이 유난히 너를 닮아 있다.
너와 함께 걷던 그 길에도 꽃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땐 미처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또렷해진다.
곁에 있을 땐 눈치채지 못했던
너의 따스한 온기, 잔잔한 웃음.
그리고 말없이 건네던 너의 손길.
그 모든 순간이 지금.
내 앞에 꽃향기처럼 피어오른다.
그리움은 때로 그렇게 조용하게 찾아온다.
바람처럼, 꽃향기처럼, 봄비처럼.
그래서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봄이 오는 향기에 눈물이 난다고.”
하지만 너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저 어느 봄날, 불어오는 꽃의 향기.
그 내음이 내 마음을 흔든다고.
그래서일까.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나는 조금 서툴러진다.
웃음이 어색해지고, 감정은 얕아지고.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이 싫지 않다.
한 번쯤, 다시 스치는 계절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일에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결국, 나를 설레게 했던 건 봄꽃의 향기였고,
그 향기가 데려온 기억은 추억이었다.
지금은 낡고 흐릿해진—
그래.
봄날—.
너였구나.
나를 설레게 하던 그 향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