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비 오는 거 좋아해?
응, 너만 안 떠나면.
-벚꽃-
비가 오는 날엔, 세상이 조금 더 조용해진다.
떠들썩하던 봄의 거리도, 사람들의 발걸음도,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시 멈칫멈칫인다.
창문을 부딪히는 빗소리는 고요하고,
나의 마음은 그 소리를 따라 느리게 흐른다.
비가 오는 날이 좋다.
타닥탁탁 울리는 빗소리도 좋다.
어릴 적엔 장화 신고 물웅덩이를 뛰놀았고,
어른이 되어선 커피 한 잔에 적당한 우울을 띄워내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봄이 오면, 비가 내리면,
마음 한구석이 덜컥 허전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건 아마, 너 때문일 거야.
연분홍 잎으로 하늘을 가득 채우던 너.
눈발 휘날리던 그 차운 겨울을 견뎌낸
그 찬란한 몇 주를 위해 긴 겨울을 건너왔던 너.
잠깐이라 더 애틋하고, 금방 져버리기에 더 귀하고.
화려해서 빛나고, 생동하니 찬란하고
하지만 그 짧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봄비는 서둘러 꽃잎을 떨어뜨리려 한다.
“비 오는 거 좋아해?”
누군가 그렇게 물으면 나는 대답할 거야.
“응, 너만 안 떠나면.”
벚꽃아, 이번 봄엔
제발 조금만 더 머물러줘.
비가 와도, 너만은... 떨어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