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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쁘다고 꺾지 마 그냥 아직 덜 핀 거야

소란한 마음들

by 라이트리
안 예쁘다고 꺾지 마
그냥 아직 덜 핀 거야

- 피어나는 중 -



“안 예쁘다고 꺾지 마.

그냥 아직 덜 핀 거야.”


이 말은 마치,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나 자신을

가만히 안아주는 듯한 문장이다.


우린 모두 너무 쉽게 ‘완성된 것’에만 박수를 친다.

결과가 눈에 보이고,

성과가 또렷하게 드러나야

비로소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성장 중인 사람들, 아직 불안정한 사람들은

자주 잊힌다.


그래서일까.

요즘 내 마음엔 자꾸 불안이 깃든다.

왜 아직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될까?

왜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을까?

왜 나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창밖을 봤다.

이른 봄의 나무엔 꽃이 없었다.

하지만 가지 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봉오리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 얘네도 아직 ‘피어나는 중’이구나.


꽃도, 나무도,

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절을 준비했을까.

눈을 맞고, 바람을 견디고,

햇살 한 줌에도 고개를 들고

그러면서 서서히 자기만의 속도로 피어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사람에게만 ‘지금 당장 예뻐야 해’,

‘지금 당장 성과가 나와야 해’

같은 잣대를 들이댈까?


우리 모두는 아직 한창

자라나는 중일 수 있다.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고, 방향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못난 상태’는 아니다.


그건 그냥 ‘과정’이다.

꽃이 피기 직전, 고요한 기다림의 시간처럼.

‘덜 핀 꽃’을 보며 “왜 이렇게 안 예쁘냐”고 말하진 않는다.


우린 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그 꽃이 환하게 피어날걸.


그러니, 우리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아직 조금 덜 피었을 뿐이라고.


예쁜 모양이 안 보인다고 해서

가치를 의심하지 말라고.


모두가 다 같은 속도로 피는 게 아니라고.

나만의 계절이 분명히 찾아올 거라고.


누군가가, 혹은 나 스스로가

‘지금 별로’라며 꺾으려 할 때

조용히 이렇게 말해주자.


“안 예쁘다고 꺾지 마.

그냥 아직 덜 핀 거야.”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봄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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