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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늘어가고, 소원은 줄어든다

소란한 마음들

by 라이트리
초는 늘어가고
소원은 줄어든다

- 생일 -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이 해마다 하나씩 늘어난다.

어릴 적에는 그 작은 불빛들이 신기하고, 바람 한 번에 꺼지는 게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다.

“소원 빌어야지!”

누군가가 말하면 눈을 꼭 감고 마음속에 커다란 꿈 하나를 꾹 눌러 담곤 했다.

케이크는 달았고, 마음은 더 달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초는 숫자가 되고, 숫자는 무게가 된다.

‘또 한 살 더 먹었네’라는 말에는 어느새 한숨이 섞인다.

초를 끄는 속도는 예전보다 빨라졌지만, 소원을 떠올리는 속도는 느려졌다.

빌고 싶은 소원은 예전보다 적어졌고, 어쩌면 그마저도 뭘 빌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아이일 때는 우주를 주워 담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꿈도 끝이 없었다.

지금은 현실이라는 이름의 그릇에, 너무 많은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 사이, ‘하고 싶은 일’은 눌리고 접히고 때론 잊힌다.


하지만 초가 늘어가는 건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촛불이 많다는 건,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누군가와 케이크를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니까.

소원이 줄어드는 것도 꼭 슬픈 일만은 아니다.

간절한 소원이 하나뿐이라면?

그건 정말로 중요한 걸 알아버렸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우리의 생일은, 수많은 바람 속에서 하나의 진심을 남기는 날인지도 모른다.


"올해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늘처럼 따뜻하게."


촛불을 끄는 그 순간, 나는 그렇게 빌어본다.

줄어든 소원 속에, 더 커진 마음을 담아서.



초는 늘어가고, 소원은 줄어든다 유튜브 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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