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르의 그림에는 웃음이 깃들어 있다. 그녀는 귀엽다. 특히 통통한 볼과 앙 다문채 살짝 입꼬리를 올린 입술은 귀여움의 극치이다.
오묘한 미소를 가진 여인이 명랑한 딸을 낳았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면 볼수록 생각에 빠지게 된다. 진정 웃고 있는 것인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하려 애쓰게 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반면, 보테르의 모나리자는 간결하다. 웃음이 보인다.
척박한 현실의 쓸쓸함을 덮어 주는 한 자락의 이불 같은 웃음이다. 빅토르 위고는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웃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라고.
"그림을 바라보는 기쁨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경우 그 근원은 형태의 감각과 결합되는 생의 기쁨입니다.
그것이 양감이며 색채입니다. 그것이 내가 형태를 통해 감각을 창조하는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지요."라고 페르난도 보테로는 말한다.
우리를 웃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근원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독창성을 창조하는 그림을 마주 할 때인가. 화려한 색채의 풍부하고 꽉 차 보이는 그림은 촉각적으로 느껴진다. 손바닥을 쫙 펴서 만져보면, 웃는 눈이 더욱 커진다거나 웃음소리가 키득거리며 마구 들릴 것 같다.
한동안 쑥전을 자주 해 먹었다. 나는 들녘이 아닌, 마트의 야채코너에서 봄을 만난다. 요즘은 연한 쑥이 나오는 계절이다. 쑥떡이나 쑥 버무리를 만들면 맛있겠으나 그만큼의 솜씨를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간단하게 쑥전을 만든다. 쑥을 사 와서 질긴 부분을 떼어 내고 깨끗이 씻어서, 손가락 두 마디만큼씩 잘라 부침가루, 계란, 채 썬 양파와 당근, 쪽파, 소금을 넣고 반죽을 하여, 숟가락으로 떠서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부쳐주었더니 두 딸들이 잘도 먹는다. 양념간장에 콕콕 찍어서 먹는 볼록한 양볼이 귀엽다. 세상사 미주알고주알 말도 많은, 식탁 앞의 그녀들은 나의 모나리자이다.
마음은 바쁘고 몸은 덜그럭 거리는 봄이다.
양파 장아찌도 한 망씩 일주일에 한 번씩 담아야 하고, 며칠 전에 조금 담근 명이나물은 그새 맛이 들어 다 먹어서 또 담아야 한다. 오이지도 한 포 사다가 담아야 한다. 두릅의 알싸한 맛과 향기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하루도 잠깐이고 한 달도 후딱이다. 그리면 또 마늘장아찌의 계절이 온다.
"라틴 아메리카는 나에게 향수 어린 요소이자 소중한 매혹의 근원이며 나는 그 속에서 시를 건져 올린다"라고 말한 페르난도 보테르. 세상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그 어떤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 아닌 내가 알고 있는 내 세상에서 나만의 것을 건져 올리며, 생명의 봄을 지나 뜨거운 여름으로의 여정을 계속한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했듯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삐죽 삐죽 삐져나오는 마음들을 한 자락씩 덮으며 웃다 보면, 매끈한 선처럼 살게 되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