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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Dec 11. 2019

가까운 미래의 카페는 어떨까

  가까운 미래의 카페는 어떨까. 생각해본 적 있으신지.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5G 등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면, 미래의 카페는 어떨까 하고 상상하게 된다. 카페쇼 같은 행사에 가 보면 로봇 팔 하나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커피를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카페가 있다고 하니, 미래의 카페가 정말 궁금하다.


  K 씨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몇 달째 회사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연달아 받고 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자 친구와 다퉜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면서 또 회사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싫었다. 혼자 카페에 가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뒤엉킨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졌다.

  버스 안에서 K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켰다. 그러자 이어폰을 통해 어플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군요. 심장박동수가 평균보다 느리고, 모든 근육이 느슨하게 이완되어 있습니다. 표정이 슬프군요.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속상하네요.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카페를 찾고 계시죠? 울적한 날에 가기 딱 좋은 카페가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 스마트폰 화면에 몇몇의 카페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첫 번째로 보이는 카페를 누르자 어플은 다시 말했다.

  “여기는 집에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데다, 버스정류장에서도 가까워 위치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고, 그에 맞는 선곡도 훌륭합니다. 손님들의 평가가 좋으며, 따뜻한 카푸치노와 말차라떼가 맛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체로 풍경을 보며 조용히 시간 보내기를 선호합니다.

  오늘의 기분에는 따뜻한 카푸치노와 달콤한 디저트가 잘 어울릴 것 같군요. 디저트는 달콤한 캐러멜이 올라간 바삭한 식감의 파이가 유명합니다. 현재 이 곳에는 손님이 총 4명 있고, 빈 좌석이 13개 있습니다. 온도는 21도로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K 씨는 버스를 내리고 4분 정도 걸어서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는 개천을 바라보고 있었고, 확 트인 창문이 1층과 2층에 있었다.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 전체가 카페였다. 1층은 어두운 분위기에 은은한 조명이 빛나고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색소폰 소리가 부드럽고 나른하게 귀에 감겼다. 곧이어 어플이 말했다.

  “레스터 영의 I Guess I’ll Have To Change My Plan입니다. 훌륭한 색소폰 재즈 연주자죠. 감미롭고 부드러운 소리가 일품입니다. 여기는 이런 재즈 음악이 조용히 흘러나옵니다. 분위기 있죠. 현재 2층에 손님이 3명 있고, 빈 좌석이 14개 있습니다.

  책 읽기 좋은 좌석은 2층의 창가 좌석. 음악을 듣기 좋은 좌석은 구석에 있는 2개의 좌석입니다. 다른 손님의 피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8,9번 좌석도 좋습니다. 

  오늘 이 카페의 커피는 훌륭합니다. 에이징 상태도 좋고, 추출도 괜찮습니다. 오늘 다녀간 손님들 모두 카푸치노를 마시고 좋은 평가를 줬습니다. 카푸치노가 아니라면, 플랫화이트도 좋습니다. 앞으로 이 카페에 오게 될 손님은 많지 않으므로, 약 1시간 동안은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뭐, 이런 식일까요? 상상만으로도 훌륭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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