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가을과 겨울사이

by 홍차

어제는 대전에서 오전에 회의가 있는 날이라 아침 8시 30분 기차를 탔어야 했다. 전날 저녁부터 오던 재난문자를 가볍게 무시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 7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에도 밖이 어두웠다. 아직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21도로 맞춰 놓았더니 아마도 한 번 정도 보일러가 작동되었던 것 같다. 밤에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이불속에 넣고 자기 때문에 추운지 잘 모르는데 아침이 되면 물주머니도 밤새 식었고 이불밖의 공기는 어느새 차가워져 있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가 많이 힘든 요즘이다. 거실로 나와보니 거실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기차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길을 나서니 눈은 그쳤지만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은 갑자기 겨울이 되었다. 아직 제설작업이 완벽히 되지 않은 아침이라 도로는 온통 질척거리는 눈이 가득했다. 무릎이 아픈 이후로는 모든 신발은 운동화로 바꾼 나는 오늘은 장화를 신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조심하며 빠른 걸음으로 역으로 가 이미 와 기다리고 있는 기차를 탔다. 예상했던 대로 7분의 시간이 연착되어 도착했다. 질척거리는 대전역을 어떻게 지나갈지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대전은 온통 건조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이곳은 그냥 가을이었다. 회사 동료를 만나 회의 장소로 이동해서 회의를 하고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갑자기 눈이 오더니 이내 그쳤다. 눈 내리는 모습을 아주 잠깐 대전에서 보고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이곳은 다시 겨울이 되어 있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를 기차로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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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겨울왕국이 된 우리 동네 산책길/ 오: 은행나무에 쌓인 눈


오늘 밤 산책을 가면서 본 조금은 생경한 은행나무, 노란 은행잎이 아직 한가득 달려 있는 나무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오늘 낮에는 해가 나서인지 나무에 쌓인 눈도 제법 녹아서 빨간 단풍나무 옆에 눈 쌓인 소나무도 함께 있고 가을과 겨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어릴 적 아직도 생생한 그 시절의 계절과 40년이 흐른 지금의 계절은 전혀 다른 계절처럼 느껴진다. 지구의 기온 변화를 교과서에서만 배울 줄 알았는데 짧은 시간에 겪을 줄은 몰랐네. 오늘도 보일러의 온도는 21도에 맞춰놓고 물주머니에 따듯한 물을 부어 이불속에 넣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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