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몇 해전 조카 1호가 동네 이모로부터 어드벤트캘린더라는 것을 선물로 받았었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에 한 칸씩 열어서 초콜릿이나 젤리를 꺼내먹는 거였다. 정말 달력처럼 날짜가 쓰여 있어서 매일 하나씩 열어서 꺼내보면 되는 거였다. 나도 갖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니, 다양한 과자 브랜드에서 매년 나오고 있었다. 단점은 다양한 브랜드의 과자를 먹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포장상자만 구매하고 과자를 내가 채우려고 알아보니 포장 상자도 가격이 조금 비쌌다. 작은 초콜릿, 사탕, 젤리 등을 넣을 수 있는 상자가 하나당 2만 원 정도 하니 조카가 셋인 나에게는 6만 원의 포장 상자가 필요했다. 6만 원이면 과자를 더 사겠는데? 하는 생각에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럼 이걸 내가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 다 있다. 다양한 포장으로 어드벤트 캘린더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민 끝에 크래프트지로 만든 작은 봉투에 과자를 조금씩 담아 포장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종이봉투, 포장끈, 그리고 인터넷 한정 초콜릿을 먼저 구매했다. 그리고는 지난 주말에 동네 마트에 가서 젤리, 초콜릿, 과자를 잔뜩 사 오고 포장 스티커도 구매 한 다음 총 75개의 봉투에 나눠 담았다. 조카 1호는 외동이고 조카 2호와 3호는 남매이기 때문에 그냥 같은 날짜엔 같은 과자를 셋다 똑같이 담기로 했다. 과자를 나눠 담다가 모자라서 다시 마트를 들락거렸다. 생각보다 과자가 많이 들어갔다. 이제 포장을 할 차례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라고 동네 꽃집에 가서 나뭇가지도 사 왔다. 포장을 다 하고 보니 벌써 해는 지고 캄캄해졌다.
각 25개나 되는 과자봉투를 담을 상자를 사야 했다. 집에서 가까운 다이소에 나가 생각해 둔 크기의 선물상자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큰 상자 3개가 필요했고 다이소에 노끈이 없어 빈 상자 3개를 쌓아서 들고 집으로 왔다. 상자에 25일부터 차곡차곡 선물한 과자봉투를 담고 작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담았다.
일주일을 기다리고 토요일 저녁에 조카 1호가 우리 집에 왔다. 서재방을 살짝 열어 선물이 있다고 말하니, 너무 설렌다며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냐고 물었다. 마치 스무고개처럼 질문을 하고 답을 해줬다.
조카 1호: 고모, 종이로 된 거야?
나: 응.
조카 1호: 고모, 숫자 있어?
나: 응.
조카 1호: 그럼, 영어랑 한국어 있어?
나: 응.
조카 1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거 국 끓여 먹어도 되는 거야? (최근 어후 그 장난감 국 끓여 먹지도 못할 거 고모는 싫다며, 필요성을 따지겠다고 한 말을 여기에 써먹는 조카 1호)
나: 응.
조카 1호: 아.. 문제집이구나? 고모는 장난감은 안 사주니까, 그럼 문제집이겠네.
그렇게 조카 1호는 조금 많이 실망한 채로 잠이 들고는 아침에 깨워서 선물상자 열어보자! 했더니. 문제집인 거 다 알아서 별로 설레지 않으니 나중에 열어본다며 시큰둥했다. 살살 달래어 거실에서 상자를 열어보게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이 얼마나 커지던지.
"고모 왜 나한테 선물을 줬어? 고모는 원래 1월 1일에만 선물 사주잖아."라고 되물었다.
"너 고모가 얼마나 맛있는 거 많이 해주고 책도 사주는데, 꼭 장난감만 선물은 아니다. 그리고 왜 고모가 문제집을 사주겠냐? 고모가 언제 공부하라고 닦달한 적도 없는데."
조카 1호가 미리 주문한 크림파스타를 만들어 먹고는 조카 2호와 3호에게 과자상자를 전달하러 갔다. 조카 2호와 3호도 신이 나서 1번 봉투를 뜯고는 셋이 나란히 초코바를 먹으며 신나게 놀았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학교 다녀와서 날짜에 맞춰 하루에 하나씩 열어서 간식으로 먹으면서 즐거운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 조카들!
조카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써서 만든 과자상자지만, 어쩌면 이것은 나를 위한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일에 지치고 있는 요즘 단순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그게 조카들을 위한 어드벤트 캘린더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조카들이 신나 할 모습을 상상하며 만드는 내내 얼마나 즐겁던지, 포장상자 2만 원이 비싼 것 같아 직접 만들었는데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그래도 손과 발은 바삐 움직였지만, 머리는 쉬었던 지난 주말 노동의 결과 오늘 조카들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고 하루하루 내일은 어떤 간식이 들어 있을까?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기대되어 나도 매일이 즐겁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