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차 Jul 18. 2020

나는 치과에서 심리상담받는다.

우리 욕 좀 먹고살아요. 

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왼쪽 턱에 통증이 느껴졌다. 어제 뭘 먹었지? 잘 때 어디에 부딪혔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에 갑자기 바빠진 업무 때문에 치과 예약을 미루고 미뤄 2주가 지난 후에야 치과에 갔다.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온 후로 한 8년 정도 다녔던 단골 치과다. 잇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어느 부위가 늘 안 좋았는데 많이 좋아졌는지 의사 선생님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억하시고 설명도 너무 잘해주셨다.

의사도 환자와의 케미가 맞아야 한다던데, 나랑 딱 맞는 의사를 찾았다. 


정기 검진 겸 왼쪽 턱의 통증을 자세히 말하고는 누웠다. (나는 실험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통증이 있으면 어디가 하루에 몇 번 정도 얼마간의 간격으로 언제부터 아팠는지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의사에게 나는 하나의 샘플일 텐데 샘플의 기록이 정확할수록 실험자의 판단도 정확 해질 테니까.)


이것저것 눌러보시고 정확히 어디에 통증이 생긴 건지 꼼꼼히 보시던 선생님의 진단은 너무 의외였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어금니가 편평해졌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분들이 이를 앙 무는 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턱은 턱 디스크가 빠졌어요. 이것도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스트레스도 한몫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좀 받는 것 같아요."

"재택근무를 하셔서 아이들 하루 종일 보기 힘드시죠?"

"아.. 전 아이가 없어서, 그런 스트레스는 없어요."

"그럼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세요?"

"다.. 회사 아닐까요?"

"회사가 왜요?!!"

"선생님은 회사는 안다녀 보셨죠?" 시작으로 나는 주저리주저리 내 마음을 쏟아부었다. 


"욕먹는 사람이 왜 오래 사는 줄 아세요? 그들은 할 말 다하고 살아서 스트레스가 없어요. 참지 말고 할 말 다 하세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운동 같은 거 시작해보세요.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출처 - Unsplash


치과를 나서면서 웃음이 났다. 치아가 아니라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다가 문득 새벽에 잠이 깨어보면 정말 어금니를 얼마나 세게 물고 있던지,,  선생님의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면서 양쪽으로 골고루 씹으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더니 이젠 턱의 통증이 거의 다 사라졌다. 물론 언제든 내 마음에 스트레스가 자리 잡으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겠지? 그러면 나는 다시 치과에 가야겠다.


우리 다 같이 욕 좀 먹고 건강하게 삽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드라마 기미상궁 - 나의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