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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Aug 31. 2020

10년 산 동네서 집 구하기 - 나는 내 동네를 몰랐다

1인 가구 내 집 마련하기 Ep.2

2010년 8월에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도시로 이사를 왔다. 서울의 빽빽한 도시와 집들을 보다가 서울 근교 경기도는 녹지가 가득했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로 울창한 공원길이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고 서울로 다니는 버스도 새벽 늦게까지 다니는 그런 곳이었다.

나와 큰 동생은 전셋집을 구하느라 서울 온 동네를 구석구석 뒤지다 싸우기도 하고 으쌰 으쌰 도 했다. 몇 달을 그러는 동안 둘 다 많이 지쳤었다. 그러던 중 와본 동네는 비슷한 금액으로 주거 환경이 너무 쾌적하게 느껴졌다. 서울의 내 직장과 동생의 직장과도 그리 멀지 않았고 너무 좋았다. 우리는 몇 개의 집을 보고는 바로 계약을 했다. 돌아오는 초록버스에서 창가에 나란히 앉아서는 집을 구하느라 티격태격했던 것들은 싹 잊고서는 서로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서울의 작은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를 왔고 몇 달 지났을 때, 지방에 있던 막내가 취업을 하면서 셋이 함께 살게 됐다. 그 당시의 나는 꼭! 유학을 가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 동네에 10년이 넘게 살 줄 꿈에도 몰랐다. 


친구들이 어디로 이사를 갔냐고 물었을 때, oo동이라고 말하면 진짜 아무도 몰라서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설명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우리는 좋았다. 주말이면 청소를 하고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녔고 저녁이면 셋이 동네 공원길 산책을 다녔다. 시간은 흘러갔고 동생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옆 동으로 옆 단지로 분가를 해서 나갔다. 그렇게 10년을 흘려보내고 내 집 마련을 결심했고, 2년 전쯤부터 부동산 어플로 동네 집값을 대충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어차피 아는 동네라 다 안다고 생각했다. 가장 잘못된 생각이었다. 


위치, 가격, 평형을 고려했을 때 늘 눈여겨보던 아파트 단지들을 나름 순위를 매겨놓고 부동산 사장님과 돌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1순위에 있던 아파트는 "급매"였고 모든 면에서 맘에 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찾아가 집을 보려고 시작했을 때 COVID-19가 터졌다. 많은 집들이 집을 보여주지 않았고 부동산에서는 조금 기다려보자고 했다. 조금 잠잠해졌을 때 직접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부동산에서는 내가 정한 단지 외에 큰 평수 작은 평수 다양하게 집을 보여주셨다. 많이 봐야 집을 살 때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겉으로만 보던 집들을 직접 안에 들어가서 봤을 때의 장단점이 보였고, 부동산에서 들은 어마 무시한 양의 정보를 통해 나는 10년 동안이나 산 내 동네를 전혀 몰랐다. 동네에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출퇴근만 하던 나에게는 10년이나 산 동네는 모르는 동네였다. 


각 단지들마다 갖고 있는 장단점이 달랐으며, 입주 시 수리를 해야 할 부분들이 전부 달랐다. 동생들이 사는 단지와 내가 사는 단지만 왔다 갔다 해서 직접 걸었을 때 거리감도 전혀 없었으며, 신문에도 나오는 떠들썩한 교통의 호재들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재택근무라 점심시간에 짬을 내고 6시에 퇴근을 하고 집을 보러 다녔다. 정말 많은 집들을 봤고, 보다 보니 내가 어떤 집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의 평형을 좋아하는지 나의 스타일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의 집이라고 해도 집안에 들어가 보면 집의 상태가 너무 달랐다.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올수리인지 부분 수리인지 아니면 전혀 수리가 안된 집인지 또는 확장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도 달랐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평수와 실거래가 또는 현재 매물 가격을 보는 것과 직접 집을 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출처 - Pixabay

그 속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내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동네를 저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나는 우리 동네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첫 내 집을 마련할 때 TIP!

1. 오래 살아온 동네라도 전혀 모르는 동네일 수 있으니, 발품 팔아 직접 걸어보자.

2. 내 집 마련을 결심했다면 아주 일찌감치 부동산을 여러 군데 다녀보자.

3. 최소한 6개월은 두고 다양한 집을 예산 범위에서 보러 다니자.

4. 부동산 사이트에서 본 가격은 단순 평수와 매물 가격 또는 실거래가이므로 직접 집을 봐야 가격 범위에 대한 감이 온다.

5.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이 있으니 미리미리 조사해서 목록을 만들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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