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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May 15. 2022

퇴사를 생각하는 밤

애써 퇴사하겠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열두 번 퇴사를 생각한다고 믿는다. 오죽하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라던지 회사 책상 서랍 제일 위칸에는 늘 사직서가 들어 있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퇴사를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데에는 직장인의 수만큼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 나의 이야기를 조금은 풀어놓고 혹시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싶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재택근무로 전환된 지 이제 꼬박 2년이 넘었다. 코로나가 막 시작하였던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재택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하였지만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규모는 커졌고 그 많은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만한 공간을 찾고 그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본사는 깨달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30명 남짓이었던 회사는 2년 사이 한국 지사의 직원이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서울의 주요 도심지의 부동산 임대료를 내느니 충분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이라 직원들에게 책상과 의자를 집으로 배달해주고는 전면 재택을 유지하고 있고 사무실은 핫 데스크로 운영 중에 있다. 주요 미팅이 있기 전에는 사무실로 나가는 출근은 하지 않고 있다. 아마 CEO가 크게 생각을 전환하지 않는 이상 팬데믹이 끝나도 회사는 재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쓰는 하루 2시간 30분의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무더운 여름, 혹한의 겨울, 폭설과 폭우가 오는 찌뿌둥한 날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고의 복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더 이상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서재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나의 서재는 이제 회사가 되었으니 회사에서 보내준 모니터와 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는 일절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이렇게 공간을 침범받았다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해서였을까? 재택의 큰 장점을 가지고도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 고작 5년 차에 접어든 사람이 이직을 고민하는 것이 십여 년 동안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가도록 이직한 번 하지 않은 주변 지인들에게는 굉장히 변덕스러운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프로이직러가 된 나는 가장 오래 다닌 그리고 다니고 있는 회사이다.


재택근무 후,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이 더 많아졌다. 새벽 2시까지 깨어 있어도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8시 50분에만 일어나도 9시까지 출근을 할 수 있으니까. 자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퇴사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는 이직이 쉽지는 않다. 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직한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년을 채워도 10년 남짓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회사원으로서의 시간이다. 회사원의 삶이 끝나면 그다음엔 무얼 해야 하지? 100세 시대에 55세 정년은 너무 어린 나이에 노후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50대 중반 회사로부터 내던져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다양한 것이 있을 테고 그중 하나가 사업, 즉 자영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했고 주변의 친인척 모두의 길이었다. 시골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고 퇴직 후 장사를 시작한 아빠와 엄마는 장사라는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는데 쉽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와 아빠는 어차피 장사를 할 거였음 더 일찍 젊었을 때 시작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늦게 시작하려니 손에 익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지는 않을까? 딱히 안일한 회사 생활은 아니지만 매달 들어오는 적은 월급에 기대어 살다가는 사자가 우글거리는 정글에 내던져질 시간이 머지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을 때 나의 다음 단계를 빨리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점점 더 퇴사의 이유가 이직이 아닌 창업 쪽으로 기울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이 깊어지는 매일 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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