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다.
나의 조카 1호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이 되면서 동생부부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돌봄 교실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었던 것. 돌봄 교실은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위한 제도로 방과 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조카 1호는 학교에서 점심식사 후에 돌봄 교실에서 한자도 배우고 책도 읽을 수 있었고 돌봄 교실 후에 영어, 피아노, 미술,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 놀이터에서 마음대로 친구들과 놀기에도 어린 나이고 내가 자라던 옛날보다는 조금 더 흉흉한 세상이 되었기에 조카는 태권도 학원을 다니며 다양한 활동체육과 물론 태권도도 배웠다. 동생 부부의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미리 연락을 드리면 태권도 학원에서 한두 시간 더 놀이를 할 수 있게 배려도 해주셨다. 게다가 돌봄 교실은 방학 중에도 운영이 되기 때문에 돌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며칠만 동생부부가 연차를 쓰면 문제없이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돌봄 교실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제공이 된다. 동생부부는 보온도시락을 사서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놓고 출근을 하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 초등학교 3학년은 아직은 어른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로 보였다. 동생부부에게 3주간 내가 너희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주 2회만 사무실 출근을 하면 되었고 이조차도 몰아서 할 수 있었기에 나는 7월을 거의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해서 3주간 출근을 못할 것에 대한 할당량을 채웠다. 그리고 딱 한번 있는 외부 출장은 매주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올케가 있어 금요일로 잡아놨다. 7월 마지막주 전까지 모든 외부 회의와 자료들이 몰아서 요청이 들어왔다. 거의 매일 야근과 주말까지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7월 마지막 주에 나는 캐리어에 노트북, 키보드, 노트북 받침대, 업무용 달력과 나의 개인 물품 등의 짐을 싸서 20km가 떨어진 동생네 집으로 갔다.
내가 동생네로 가면서 누구보다 편한 3주를 보낸 것은 동생이었다. 일찍 퇴근을 하기 위해 올케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섰고 조카의 아침밥과 등교를 책임지는 것은 동생이었기에 동생은 아침잠이 좀 늘었고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침이면 조금 늦게까지 조카를 재우고 재택근무지만 나도 출근 준비를 했다. 9시가 되기 전에 조카를 깨워 씻게 하고 밥과 빵 중에 조카가 고른 메뉴에 맞춰 아침을 준비했다. 식탁에 업무를 위한 노트북을 세팅하고 업무 시작. 사이사이 조카의 숙제를 봐주고 점심시간에 맞춰 같이 점심을 차려 먹고 또 업무를 했다. 오후가 되면 조카는 학원을 갔다. 방학이 되면서 영어, 수학, 미술, 농구로 학원도 바뀌었다. 사이사이 간식도 챙겨 먹이고 학원이 끝나서 오는 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준비하다 보면 올케가 퇴근을 했고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저녁이면 책을 좀 보다가 조카와 잠을 잤다.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아니면 아무 소리 나지 않는 나의 집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 물론 3주 내내 집을 비운 것은 아니다, 출장과 업무로 매주 금요일엔 집에 오게 되었다. 여름 방학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했다. 요즘 조카가 한창 빠져있는 안중근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을 보러 다녀왔고 조카 2호와 함께 키즈카페를 가서 실컷 놀기도 했고 갯벌에 가서 게와 조개도 잡았고 여름방학 마지막 주말에는 다 같이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했다. 길 것 같았던 3주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고 월요일 조카의 개학을 앞두고 나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 방학이 온다. 여름방학이 짧았던 만큼 겨울방학은 길다. 꽉 채운 2달. 이렇게 긴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조금은 걱정이 되는 고모. 우리 겨울 방학에도 계획 잘 세워서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