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다.
마치 낯선 존재를 보는 듯한 기분.
마주 보고 있는 너는 누구지.
처음 느껴보는 두근거림에 손을 내려다본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듯이
내 손가락을 움직여보고 엄지와 검지를 비벼본다.
만지는 느낌. 이 또한 생소하다.
내 손등의 핏줄이 이랬었나.
이러다가 이 몸뚱이를 떠나 버릴까.
재빨리 샤워기 물줄기 속으로 들어가 온 몸으로 물방울들을 느껴본다.
어... 내 몸도 내 몸 같지가 않다. 내 손가락이 만지는 느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 같다.
이 촉각도 내 것이 아니다.
이 무섬증이 어서 없어지길 바라지만
물줄기 세기는 점점 약하게 느껴져 간다.
무섭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