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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꿈은해녀 Mar 09. 2024

자고나면 별 거 아닌 일

잠2


자존감이라는 호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었고

피가 나도록 바닥을 긁어내어도

한 알의 모래만 한 자신감도 찾아지지 않는. 지금


더는 안 되겠다

목을 조여오던 빛바랜 흰 수건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모든 것을 멈춰야겠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해야겠다


휴대폰은 가방 안에 던져놓고

아무 의욕이 사라진 몸뚱이를

뜨거운 물에 박박 씻어내고

개운해진 몸 안으로 

기름진 음식을 잔뜩 넣고

포근한 이불속으로

무거워진 몸을 밀어 넣으며

눈을 꼬옥 감는다


이제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해야겠다

행복했던 추억만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며

미소 띤 얼굴로 노곤해진 눈을 감자


나는 이제 깊은 겨울잠에 들어간다

저 깊은 마음속에서 

가루가 되어 보잘것없게 날리는 소중한 자존감들을

단단히 뭉치며 놀아야지


눈이 떠지면

별거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거고

내 호수는 다시 찰랑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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