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2
자존감이라는 호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었고
피가 나도록 바닥을 긁어내어도
한 알의 모래만 한 자신감도 찾아지지 않는. 지금
더는 안 되겠다
목을 조여오던 빛바랜 흰 수건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모든 것을 멈춰야겠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해야겠다
휴대폰은 가방 안에 던져놓고
아무 의욕이 사라진 몸뚱이를
뜨거운 물에 박박 씻어내고
개운해진 몸 안으로
기름진 음식을 잔뜩 넣고
포근한 이불속으로
무거워진 몸을 밀어 넣으며
눈을 꼬옥 감는다
이제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해야겠다
행복했던 추억만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며
미소 띤 얼굴로 노곤해진 눈을 감자
나는 이제 깊은 겨울잠에 들어간다
저 깊은 마음속에서
가루가 되어 보잘것없게 날리는 소중한 자존감들을
단단히 뭉치며 놀아야지
눈이 떠지면
별거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거고
내 호수는 다시 찰랑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