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통의삶

다름 (in 독일)

#이다-오버 슈타인에서

by 바코


독일의 ‘Idar-Oberstein’은 인구 3만 5천 명의 작은 도시이자 보석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곳에서 3개월 정도를 지거트 가족(독일인 가족)과 함께 지냈다. 지거트에게는 내 또래의 자녀가 4명이 있었다. 그중 프란치스카를 제외하고는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독립하여 대학교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거트는 빈 방이 있다며 싼 값에 나에게 방 한 칸을 내어주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 가족은 나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주고, 흥미롭게 나를 대했다.


‘앗, 착각인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지거트


지거트 가족은 나에게 형식적으로 받아야 할 최소한의 방세만 받으며 호의를 베풀었다.


널따란 방 한 칸을 혼자 차지하고 지내는 동안 그들은 나를 자신들의 가족처럼 챙겨주었다. 한국인이 없던 작은 도시에서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며 지냈다.


iPhone 4S6895.JPG 2013 이다오버슈타인 by 바코


대저택의 방 한 칸이 나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야누스였는데, 내가 마음에 드는지 첫 만남부터 나의 폭신한 뱃살 위에서 꾹꾹이를 해댔다. 1층에는 지거트 부부가 살고 있었고, 나는 2층에서 프란치와 함께 지냈다. (물론 각자의 방에서 따로) 프란치는 금발 단발머리에 눈이 동그랗고, 누가 봐도 반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노래까지 가수 급으로 잘했던 프란치는 나와 팀이 되어 함께 작은 펍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종종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호키”


프란치는 나를 ‘호키’라고 불렀다.

‘호키 도키, 오키도키’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Why?”


“한국 친구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사는 거야? 부러워.”


“What? 그게 부럽다고?”


“응. 항상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열정적으로 살잖아.”


“나는 여유로운 너희가 부러운데?”


독일에서는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폭이 넓으며, 배우는 것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하는 룰은 없었다. 대학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에 따른 차별적 대우를 받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다만,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어떤 진로를 선택하느냐는 본인의 선택이었으며, 그 선택은 존중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의 몫이었다.


“나는 이런 이런 일들을 하고 싶어.”라고 얘기하면, 독일 친구들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하면 되지. 해 봐.”라고 얘기했다.


“그거 하면 한 달에 얼마 버는데? 평생 할 수 있는 일이야?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되는 거고?”라는 대답에 더 익숙했던 나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어학원이나 학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우리와 다르다고 느꼈던 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와 과에 대한 비전이 있어 보였다.


‘내가 왜 여기에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성적에 맞춰서 왔어. 부모님이 원해서 왔어.’라는 대답은 거의 들어 보지 못했다.


나는 프란치에게 쭉 털어놓았다.


한국에서는 온전히 ‘나’의 존재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그래도 프란치는 한국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사는 거 아니냐고. 함께 빛나기 위해 열정적으로 사는 거 아니냐고.


'우와....'


생각하는 게 너무도 달랐다. 이건 어쩌면, 익숙해져 버린 것에 대한 권태라고 표현하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인간은 그런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바람은 이렇다.


조금만 더 ‘나’로 살아가는데 편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나라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생각이나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믿는다.


온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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