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봄은 오는데

by E글그림























2023년 1월 30일 우리는 드디어 실내마스크의 의무에서도 해방되었다.

하지만 저 쪽 나라들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세상에.

세상에라는 감탄사가 이렇게 새삼스러운 것이었던가.

세상은 세상에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어떤 곳일까.


2020년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 사망자 수 감염 경로 등등의 수치와 도표들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물론이고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질식시킬 것처럼 시시각각 다가왔었다.

제대로 숨 쉴 권리를 뺏겨버린 모두가 누구랄 것도 없이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게 된 세상이

21세기의 전쟁이 따로 없구나 싶었는데 안일한 생각이었다.

비유는 비유일 뿐 전쟁은 따로 있었다.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하기엔 그림만 그리던 방구석 그림쟁이에게조차

온 세상 소식들이 윗집 발 구르는 소리만큼이나 가깝게 들려온다.

뉴스나 sns를 통해 접하게 되는 간접적인 보도 말고도

당장 허리가 휘게 올라버린 가스비와 같이 피부로 체감되는 영향들도 있다.


학창 시절 나에게 정치 경제 사회는 도무지 재미도 없고 억지로 암기해야만 했던

비주류 과목의 이름들 즘이었는데 지금 나에게 정치 경제 사회는

이제는 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내내 모른 척 살아왔지만 한 순간도 떨어져 본 적 없던

그야말로 세상에(의) 다른 이름들 같다.


그 이름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채 변하고 굴러간다.

예측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전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도 부지불식간에 번진다.

나는 그 가운데 아무런 힘없는 한 개인으로 무력감을 느끼다가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한 개인임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이 든다.


지극히 좁은 시야로 개인주의적인 사고로만 살아왔던 한 개구리가

간신히 우물울 인지하기 시작한 즘인 듯한데

과연 사회 속에서 함께 이로울 수 있는 개인으로 잘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지

아직 채 마음껏 벗지 못하는 마스크와 함께 여전히 답답한 겨울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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