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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젊은E

by E글그림




































젊은 사람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졌다.

그 말이 당연하게 들렸어야 하는데 칭찬처럼 들려버리다니.


어릴 때는 버스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하는 엄마가 괜히 싫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상점에서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질문들을 던져가며 말을 걸고 있다 내가.


아무리 철 없이 살아도 나이를 먹고 있긴 하구나.


일어서거나 앉을 때 나도 모르게 아이고나 끄응 같은 추임새를 뱉어 내고는

그 소리가 너무 어르신들의 그것과 닮아 있어서 도로 흠칫 놀라기도 하고.


숫자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 시간도 달력도 다 인간들이 만든 인위적인 약속일 뿐이라고

그 깟 나이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 아무리 다짐을 해봐도

마음을 지배하는 육체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을

나무의 나이테만큼이나 분명하게 새겨온 흔적들로 불쑥 눈앞에 내밀곤 할 때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과도 딱 마주치게 된다.


뭘 했다고 어느새 앞자리에 4를 달았는지.


유엔이 발표한 청년의 나이가 18세에서 65세까지라는 기사가 한참 돌아다닌 적이 있다.

사실은 아무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라고 팩트 체크까지 한 기사도 뒤이어 나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유엔까지 들먹여 가며 도표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뿌린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현자 같다.


물증은 없을지언정 심증으로는 확실한 그 범위가 마음에 든다.

젊은 날이라 젊음을 몰랐나 보다.


아직 창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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