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봄은 이름도 봄이다.
만질 수 있다면 보송보송하고 몽글몽글할 것 같다.
어제와는 또 달라진 햇살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어루어 만지며 '이제 패딩은 빨아 넣어도 돼~' 하고 속삭여 준다.
달력에 숫자가 3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이걸 언제 빠나 차일피일 미루던 날씨와의 눈치 게임을 드디어 끝냈다. 겨울이 주고 간 마지막 숙제를 해치운 나에게 낮잠이라는 작은 보상을 선물한다.
이 집은 오후 3시쯤에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온다.
내가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온기 속에 누워서 좋아하는 여름을 떠올린다.
봄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이제 겨울은 지나갔고 여름이 올 거라고 알려주는 계절이어서도 좋다.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어서 지글지글거리다 보면 금세 또 마음은 간사하게 가을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 순간만은 막 추위에서 벗어난 봄의 온기를 느끼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대상 그 자체로 만끽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려본다.
이제 곧 꽃이 만발하겠지.
사람들의 옷은 더욱 가벼워지겠지.
그리고 천변과 가로수는 온통 초록으로 뒤덮이겠지.
살포시 눈을 떠보니 빨래는 천천히 잘 마르고 있다.
머릿속에 무거운 고민들도 빨래를 빠져나가는 물기처럼 잘게 잘게 나누어져 가벼운 수증기가 되어 내 몸을 빠져나가는 상상을 해 본다.
내가 더욱 가벼워질 수 있는 여름도 곧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