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앉는다.
정말 예뻐서 바라본 것도 맞는데.
어쩜 이렇게 물만 먹고도 쑥쑥 잘 자라는지.
이 척박한 환경에서 이다지도 푸르르게 고운 때깔을 유지할 수 있는지.
나처럼 가만히 있으라 그러면 좀이 쑤셔서 들썩들썩 사방팔방 도망쳐대는 정신을 붙잡으려
귀와 입에 온갖 자극적인 것들을 수시로 집어넣어 주며 어르고 달래는 과정 없이도
그저 한자리에서 고요하게 그들의 시간으로 숨 쉬는 그 모습이 참으로 부러워 혹여나 바라보면 일부라도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그윽하게 멍하게 뚫어져라 보던 시선이 메아리처럼 돌아와 나를 때렸다.
그만 보고 일이나 하라고.
풀이 풀의 일을 하는 것이 부럽다.
인간은 인간의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워 멍을 때린다.
그래도 멍 또한 인간의 일이려니.
과부하 걸린 머리가 살려고 알아서 자체 절전 모드에 들어가 멈췄던 시스템을 천천히 돌리며
풀처럼 가만히 고요하게 숨을 쉬어 본다.
가질 수는 없어도 닮을 수는 있는 것들을 따라 해 본다.
언제나 고마운 휴식처가 되어주는 내 사랑스러운 풀들에게도 이런 내 마음의 소리가 가 닿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