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집에서 일을 하며 보내는 그림장이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평화롭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만화로 옮겼을 때 등장인물은 나 하나뿐인 모노드라마의 연속이라
보는 사람들은 심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가끔 한다.
그나마 나에게는 이 반려풀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어떤 날은 엑스트라처럼 어떤 날은 조연처럼 등장하곤 했었는데 지난 전쟁 유사 체험을 하고 보니 더욱 이 생명체들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기록하는 이 그림일기가 나를 아는, 또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닿는 일종의 생존보고서 같은 것이기도 하다면 나 말고 나와 함께 살아있는 이 친구들의 근황도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보니 어린 시절 과학책에서 보았던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떠올랐다.
나사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성인 남자와 여자가 나체에 정면으로 서 있고 몇 개의 원들로 지구의 위치를 표현하고 있는 그 이미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의아했다.
외계인이 있을까 해서가 아니라, 과연 외계인이 받을 수 있을까 해서도 아니라, 혹시나 이 편지를 받은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편지 속 인물과 너무 다른 존재들로 가득 찬 지구에 황당하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조금은 넓어진 사고로 다시 생각해 보자면 편지를 보내는 주체가 미국 성인 남녀이기도 했을 테고, 이미지를 우주 저 멀리까지 보내려면 최대한 심플하게 최소의 정보만을 담아야 했을 뭐 그런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 않았을까 이해해 본다.
다행히 내가 편지를 부치는 대상은 외계인이 아니고 그림과 문자를 모두 인식할 수 있는 지구인일 테니
우리 강이와 무렄이와 애기의 제일 예쁜 모습과 함께 글로도 안녕을 전한다.
당신의 하루도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