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해진 종이 위에 푹푹 빠지는 볼펜 자국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하고 끝이 나는 허무송처럼 장마 시작했다 장마 끝났다 하고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7월 말을 향해가는 아직도 구름들로 도배된 일기예보가 이어지고 있다.
느지막이 일어났더니 집중호우를 조심하라는 경보가 세 개나 쌓여있다.
며칠째 해를 받지 못한 방구석에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는지 벽지 모서리와 창문틀 아래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지난해 비가 몹시 내렸던 장마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개미들은 겨우내 잠잠하길래 인터넷으로 비싸게 주고 산 개미약이 효과가 있었나 했는데 단지 겨울잠을 잤던 것뿐이었을까 올해도 장마철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이쯤 되니 개미들도 저네 집이 수해를 입어 살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 아닐까 싶어 진다. 그래도 내가 살아야 하는 방이니 보이는 족족이 생을 마감시키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이런 여름을 도대체 나는 왜 좋아했을까.
추운 것이 너무 싫어서 절대 추울 일 없는 여름이 좋았다.
온갖 식물과 곤충들이 번창하는 여름이라면 나 역시 아무리 미물이라도 그 생명력을 나눠 받아 함께 지글거리며 살아있을 수 있는 계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에는 항상 이 비구름이 함께 있다.
이 습기가 불러오는 끈적함 냄새 불쾌함 들도 여름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생명을 창궐하게도 하지만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수마의 소식에 내가 알던 여름이 아닌, 아니 내가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고 좋아하던 여름의 또 다른 이면들에 몸도 마음도 무거워진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어서 해가 나서 이 안팎으로 잔뜩 끼어있는 먹구름들을 걷어가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