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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Jun 12. 2024

스위스의 물






스위스 하면 맑고 깨끗한 자연, 수돗물을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며 수돗물을 마셔도 되냐고 질문하는 나에게

호텔 직원도 숙소 주인도 환한 미소로 당연히 그렇다고, 어디서든 마셔도 된다고 대답해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받아 마시기까지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는데

한번 물가를 경험하고 나니 그런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음수 용도를 고려한 것인지 만나는 세면대마다 페트병으로도 물을 담기 쉽게 수도꼭지가 높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작은 사건은 7일째 되던 날 일어났다.

옮긴 숙소에 전기 포트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물을 끓였다.

나는 평소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편인데 이전 숙소에는 포트 대신 커피 머신만 있었고,

그렇게 받은 물은 아무래도 커피 향이 나서 날이 덥기도 하니 그냥 차가운 수돗물만 마시고 다녔던 것이다.


물이 끓고 나서 마침 가지고 온 수프가 생각났다.

수프도 먹을 수 있게 넉넉하게 물을 부었던가? 확인하려고 포트 뚜껑을 열어보는 순간, 웁스.

하얗게.

아주 하얗게 변한 물이 뜨거운 김을 뿜으며 그 불투명한 물결을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제야 생각이 난다. 유럽 물에는 석회질이 더 많다고 했던 것이.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끓인 물은 그 석회질이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하얗게 변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원효대사 해골 물이 따로 없네.

일주일 동안 별 탈 없이 잘 마시고 다니긴 했지만... 지만…

내가 스위스를 떠날 때까지 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마지막 날 숙소를 나오면서 우연찮게 주인만 사용하는 주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문 틈 사이로 싱크대 옆에 놓여있는 피처형 필터 정수기가 보였다.


스위스 사람도 정수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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